중국이 자금력을 앞세워 일본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의 첫 고속철도 사업을 따냈다. 중국 고속철은 미국 터키 인도 등에 이어 동남아시아로 진출 범위를 넓힌 반면 인프라 수출을 강조하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수주전 탈락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3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일 중인 소피안 잘릴 국가개발계획장관이 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중국의 제안을 채택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해온 자카르타~반둥 구간 150㎞ 고속철 사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달 초 백지화 방침을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가 부담된다는 것이 사업 철회의 이유였다. 이후 중국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무보증으로 사업비 50억달러(약 5조9245억원)를 빌려주고 사업을 시작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일본은 무보증 대출 형식으로는 사업이 좌초될 때 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중국이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중국산 고속철은 본격적인 국제화 시대를 맞았다. 중국 철도회사 중국중철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권을 따냈다. 중국철도건설공사를 주축으로 한 중국 기업들이 건설을 맡은 터키 앙카라~이스탄불 고속철은 작년 7월 개통했다. 최근엔 중국 철도 기업과 인도 현지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뉴델리~뭄바이 구간 고속철의 타당성 연구용역 낙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