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경쟁'으로 가는 미국 대선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경선 1위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28일(현지시간)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면하는 내용의 감세공약을 내놓았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앞으로 10년간 3조4000억달러(약 4060조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발표한 공약보다 더 파격적인 내용이다. 미 언론들은 “미 대선에서 퍼주기 경쟁이 붙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35%에서 15%로, 소득세 최고세율은 39.6%에서 25%로 각각 낮추는 내용의 세제 공약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세금을 매우 큰 폭으로 줄이고 세제를 쉽고 간단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현행 소득세 구간을 7개에서 4개(0%, 10%, 20%, 25%)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연간 소득이 2만5000달러 미만인 개인이나 5만달러 미만인 가정은 세금이 면제된다. 최고세율이 낮아지는 최상위 계층에 대해서는 주택과 자본투자 등에 대한 각종 세감면 규정을 정비해 실질적으로는 세금을 더 내게 한다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부시 전 지사도 지난 9일 법인세(35%→20%)와 소득세(39.6%→28%) 최고 세율을 낮추고 소득세 구간을 정비하는 내용의 감세 공약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감세 공약은 중산층과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와 부자 증세라는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지만 감세 규모가 훨씬 크다”며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메꾸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날로 감세 규모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지지율 1위인 버니 샌더스가 최근 부자 증세를 중심으로 한 세제개혁을 단행해 그 재원으로 학자금과 도로건설, 메디케어 지원 등에 앞으로 10년간 총 180조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초대형 공약을 발표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아직 전체적인 세제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학생 학자금 지원으로 향후 10년간 306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계층을 만족시킬 만한 세제 공약을 내놓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