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조정장을 겪으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펀드’가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에 비해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주, 헬스케어주 등 변동성이 큰 주식형 액티브펀드 수익률이 중국발 악재와 미국 금리인상 논란 등으로 고꾸라진 탓이다.

○장기투자에 유리한 인덱스펀드

2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근 3개월 수익률 상위 10위권은 전부 패시브펀드가 차지했다. 미래에셋TIGER자동차ETF와 삼성KODEX자동차ETF가 각각 10.58%, 9.58%로 1, 2위에 올랐다. 액티브펀드 중에선 플랭클린중소형주펀드(3개월 수익률 2.67%), 트러스톤장기고배당펀드(1.48%), 한화정통액티브(1.40%), 한화파이팅코리아정통액티브혼합투자신탁(1.39%),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펀드 등이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조정장서 힘빠진 액티브펀드…펀드 수익률 상위권 ETF·인덱스가 '싹쓸이'
주요 인덱스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같은 부문의 액티브펀드를 제쳤다.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헬스케어섹터에서는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ETF가 연초 이후 71.74% 수익률을 기록하며, 액티브펀드인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39.88%)와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19.33%)를 크게 앞질렀다.

배당주 섹터에서는 미래에셋TIGER배당성장ETF와 삼성KODEX배당성장ETF가 연초 이후 수익률 21.95%, 21.22%를 기록했다. 유진챔피언배당주펀드(27.51%)를 제외한 나머지 액티브 배당주펀드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다.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펀드(21.45%), KB액티브배당펀드(19.25%), 트러스톤장기고배당펀드(18.02%), 한국투자배당리더펀드(14.67%),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펀드(10.19%) 등 대표 배당주펀드 수익률도 이들 ETF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덱스펀드는 연간 수수료가 0.4%가량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더욱 유리하다는 평가다. ‘유리MKF웰스토탈 인덱스펀드’는 2008년 8월 이후 누적수익률이 36.58%로 자산규모 상위 50위권 액티브펀드(26.79%)보다 9.79%포인트 높다. 김용광 삼성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장기 투자자라면 매년 1~2% 운용보수를 내야 하는 액티브펀드보다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투자가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20조원 문턱 못 넘는 ETF 시장

조정장서 힘빠진 액티브펀드…펀드 수익률 상위권 ETF·인덱스가 '싹쓸이'
2002년 국내 시장에 도입된 ETF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2011년 이후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ETF의 시가총액은 20조6352억원으로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하루평균 거래대금(8728억원)은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의 15.1%로, 미국 주식시장 거래대금 중 ETF가 차지하는 비중(35%)에 훨씬 못 미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ETF로 대표되는 패시브시장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국내 ETF 거래량은 2011년 이후 장기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올 들어 해외지수형 ETF가 인기를 끌었지만 중국본토 레버리지 상품에 편중된 것은 한계라는 지적이다. 레버리지 ETF는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과 차입을 이용하는 상품이다. 이준용 미래에셋 멀티에셋 대표는 “해외 ETF는 레버리지 상품의 비중이 1.6%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12%가 넘는다”며 “단기투자용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에 자금이 몰렸다가 빠져나가는 것은 건전한 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