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은 “상고심을 개편해야 한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상고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20일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법조기자단과 함께 경기 광주 망덕산을 오르며 상고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는 25일 대법원장 취임 4주년을 맞아 그동안 중점 추진한 상고법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는 사법부 조직을 확대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닌데 잘못 알려져 아쉽다”며 “법원은 정치적 기교가 없는데도 모든 재판이 상고심 개편에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국에 나가면 가장 곤혹스러운 점이 국내 상고심 사건이 한 해 3만건이 넘는다는 것”이라고 거듭 상고심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상고가 가능한지 허가하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국민적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고허가제는 1981년부터 10년 동안 시행되다가 중단됐고, 이후 가벼운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심리하지 않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법관 1인당 연간 3600여건씩 상고심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의 일부를 심리하는 별도 법원인 상고법원을 연내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는 “대법관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경기)=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