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멀티골. 손흥민이 토트넘 이적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 = 토트넘 홋스퍼)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명의 유럽파 선수들이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함께 날아올랐다. 2시간 간격으로 다른 곳에서 벌어진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들에서 손흥민과 박주호가 팀을 구해낸 것이다. 뒤지고 있던 팀의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도 모자라 나란히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은 금요일 새벽에 들려온 가장 짜릿한 소식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한국시각으로 18일 오전 4시 5분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J조 FK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동점골과 역전골을 134초 사이를 두고 내리 터뜨린 멀티골 활약 덕분에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2만6463명의 런던 홈팬들 앞에 선 토트넘 선수들 중에서 낯선 얼굴이 맨 앞에 있었다. 바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에서 데려온 손흥민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그를 데려오면서 여러 가지 공격적 역할을 주문했다는 것을 입증하듯 손흥민은 4-1-4-1 포메이션에서 가장 앞쪽에 섰다. 그동안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던 키다리 골잡이 해리 케인은 벤치에서 대기한 것이다.



손흥민은 0-1로 뒤지고 있던 28분에 빼어난 위치 선정 능력을 자랑하며 귀중한 동점골을 넣었다. 타운젠드의 오른쪽 코너킥이 낮게 휘어져 오는 것을 알고 한 발 더 앞으로 마중 나가서 오른발 끝으로 돌려넣은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 이적 후 두 번째 경기만에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런던의 홈팬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134초만에 벌어졌다. 동점골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손흥민은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30분, 동료 미드필더 델레 알리가 카라바흐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노리며 빠져들어갈 때 손흥민의 찔러주기가 매우 적절했고, 바로 다음 동작으로 손흥민이 대각선 슛을 준비한 것이다. 공간 이해 능력도 훌륭했고 타이밍도 좋았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카바라흐 선수들은 2분 사이에 눈 뜨고 당한 꼴이었다.



후반전 중반 화이트 하트 레인에는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68분, 혼자서 경기를 뒤집어버린 손흥민이 벤치로 물러나고 골잡이 해리 케인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단 두 번째 경기만에 토트넘의 에이스가 바뀌었다는 것을 상징할만한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직 마수걸이를 못한 해리 케인은 86분에 라멜라의 쐐기골을 도왔지만 묘하게 씁쓸한 마음은 숨기기 어려웠다. 그만큼 손흥민 멀티골은 런던의 홈팬들 앞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셈이었다.





▲ 박주호 1골 1도움. 박주호가 도르트문트 이적 후 첫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사진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보다 약 2시간 앞서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도 유로파리그 C조 첫 경기가 벌어졌다. 이 경기도 원정팀 크라스노다르(러시아)가 먼저 골을 넣으며 홈팀을 괴롭혔다. 더구나 이 경기는 이적생 박주호의 도르트문트 데뷔전이었기에 한국 축구팬들은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 못 이룬 한국팬들의 마음을 아는 듯 박주호의 활약도 놀라웠다. 예상을 깨고 미드필더로 배치된 도르트문트의 박주호는 0-1로 팀이 뒤지고 있던 전반전 추가시간에 절묘한 왼발 크로스로 긴터의 귀중한 헤더 동점골을 도왔다. 데뷔전을 치른 박주호는 단 45분만에 첫 번째 공격 포인트로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박주호가 보여줄 수 있는 축구 열정은 더 남아 있었다. 1-1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지만 후반전 추가시간 1분 55초만에 극장골이 터져나온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동점골의 주인공 긴터가 낮고 빠르게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박주호가 자세를 낮추어 짜릿한 결승골을 이마로 터뜨린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적한 야누자이 등 동료선수들은 1골 1도움을 기록한 새내기 박주호를 둘러싸고 멋진 승리를 만끽했다.



이처럼 손흥민의 멀티골과 박주호의 1골 1도움 등 한국선수들 덕분에 토트넘 홋스퍼와 도르트문트는 각각 조 1위로 올라서며 유로파리그 출발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멀티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이제 20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 시각) 역시 홈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맞대결을 통해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MF)을 만나는 코리언 더비를 꿈꾼다. 또한, 1골 1도움의 박주호도 20일 밤 12시 30분 홈에서 열리는 분데스리가 일정으로 손흥민의 전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을 상대하게 된다. 유럽파들의 묘한 인연은 계속된다.



※ 2015-2016 UEFA 유로파리그 J조 결과(18일 오전 4시 5분, 화이트 하트 레인-런던)



★ 토트넘 홋스퍼 3-1 FK 카라바흐 [득점 : 손흥민(28분,도움-타운젠드), 손흥민(30분, 델레 알리), 라멜라(86분,도움-케인) / 리차드 알메이다(7분,PK)]



◇ C조 경기 결과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2-1 크라스노다르 [득점 : 긴터(45+1분,도움-박주호), 박주호(90+2분,도움-긴터) / 마마에프(12분)]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ㆍ김현중 친자확인에 A씨 잠잠한 이유가…`아이 신상 우려`
ㆍ강정호 시즌 아웃…피츠버그 "수술 후 재활만 6~8개월"
ㆍ`홍진영` 과식하면 몸매 위해 다음날 `이것` 꼭 해…
ㆍ‘해피투게더’ 후지이 미나, 인형 같은 어린시절 "인기가..?" 감탄
ㆍ미쓰라진 권다현, 10월초 웨딩마치…서두르는 이유가?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