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인기가수 서태지 콘서트에 투자하며 크라우드 펀딩 선도기업으로 알려졌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첨단금융 기법을 활용해 기업 및 부동산에 투자한다며 수만명으로부터 400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최대주주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신라젠의 코스닥 상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지난 6월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이달 16일에는 강남 본사와 이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18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투자 유치 과정의 불법성을 이유로 2월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6월에는 전직 직원들이 회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투자금 4000억원 이상 유치

2011년 설립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소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기업과 부동산, 공연 등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 투자사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 등 투자업무와 관련한 허가를 금감원에서 얻지 않은 것은 물론 중소기업청의 벤처캐피털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3000여명의 자금 모집책을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고용해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자금을 유치했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고객 돈을 유치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아님에도 개인의 자금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유사수신 행위로 금감원이 보는 이유다.

이처럼 고객의 돈이 들어올 때마다 ‘VIK(밸류인베스트코리아)1’ ‘VIK2’ 등 투자조합을 구성해 각각 개별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9월 457억원을 투자해 신라젠의 지분 12.42%를 취득하는 등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자금을 집행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끌어모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자금이 4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말 신라젠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이 회사의 자산은 4271억원으로 이 중 대부분은 고객 투자금이다. 한 전직 직원은 “자산이 2000억원일 때 고객이 2만명이라고 회사에서 홍보했던 만큼 지금은 4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 수익 난다지만 순손실 303억

이 같은 돈으로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는지 알 길이 없다. 외부 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 500억원 이상 기업은 재무제표를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적게는 10% 남짓에서 많게는 100% 이상 수익률을 거뒀다고 밝혔지만 6월 말까지 당기순손실은 303억원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고객 투자금에서 5~6%의 영업비와 10%의 사업비 등 20% 가까이를 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직원 박모씨는 “최소 투자금액은 300만원으로 1000만원을 유치하면 50만원이 바로 떨어지다 보니 주요 보험사에서 활동하는 영업사원이 부업으로 이 회사 자금 유치에 뛰어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경우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투자 사업에서 2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둬야 고객에게 수익금을 지급할 수 있다. 박씨는 “투자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은 5명 남짓이었다”며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다고 하지만 전문가가 누군지는 영업사원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일부 세력이 허위 소문을 유포하고 있다”며 “나중에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기업 신라젠은 주가가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6000원 선이던 신라젠의 장외시장 거래가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투자한 이후 치솟아 올해 4월 3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바이오주 활황을 타고 부산지역 자산가들의 투자가 많았는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