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는 18일 “이번에 폭발사고가 난 수류탄과 로트 번호(생산연도와 생산라인 등을 문자와 숫자로 표기한 것)가 동일한 수류탄을 전량 회수한뒤 진행할 기술시험에 유가족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참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9월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이번에 사고가 난 수류탄과 로트 번호가 같은 수류탄이 폭발, 한 명이 숨졌을 때에도 군은 해당 로트 번호 수류탄에 대해 국방규격의 10배 규모인 500발에 대해 기술시험을 진행하면서도 이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해병대 폭발사고와 이번 대구 신병훈련장 폭발사고를 일으킨 수류탄은 로트 번호가 같다. 이 로트 번호의 수류탄은 2005년 8만1270발이 생산돼 그간 2만5948발이 사용됐다. 현재 육군은 5만5322발을 보유 중이다. 수류탄 1발의 단가는 2만6402원이며 신관조립체는 개당 7598원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이 수류탄을 전량 회수한뒤 10월말 완성탄 1000발에 대해 폭발시험을 실시한뒤 5만3322발에 장착된 모든 신관에 대한 폭발시험도 내년 3월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기품원은 내년초 이 수류탄의 신관 1000발을 대상으로 부품기능시험과 지연제 분석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기품원은 사고가 난 수류탄과 로트 번호가 다른 68개 로트의 수류탄에 대해서도 국방규격에서 정한 기준의 2배가 넘는 표본을 선정해 기능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장병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폭발 사고가 난 수류탄과 로트가 같은 신관을 모두 없애버리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병들은 당분간 훈련용 수류탄만 사용한다”며 “세열수류탄의 경우 안전성이 검증된 로트별로 사용통제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군이 보유 중인 수류탄은 이번 폭발사고 수류탄과 종류가 같은 ‘경량화 세열 수류탄’으로 모두 314만발에 달한다. 로트 번호로 분류하면 69종에 이른다.
한화가 1997년 개발한 경량화 세열 수류탄은 무게가 240g으로 구형 수류탄 'K400'(405g)보다 가볍다. 문제가 된 수류탄은 2005년 생산한 제품이다.
경량화 세열 수류탄은 개발 이후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다가 작년 4월 정기 기능시험에서 조사 대상 30발 중 6발이 3초도 안걸려 조기 폭발하는 결함을 보였다. 이들 수류탄은 이번에 폭발사고과 관련된 수류탄과는 로트 번호가 다르다. 당시 군은 해당 로트 번호의 수류탄 신관을 전량 교체했다. 기품원 관계자는 “수류탄의 조기폭발을 좌우하는 신관은 생산과정에서 X-선 촬영판독을 통해 지연제가 누락되었는지 여부를 전량 검사받고 있다”며 “수류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을 감안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류탄 안전도를 100%로 높이기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일정한 거리를 비행하거나 땅에 떨어진 다음에 터지는 수류탄 개발과 도입을 검토하는 등 수류탄 성능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