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거 상당수가 ‘통계 착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잘못된 숫자와 해석 방법을 동원해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는 우려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17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노·사·정 대타협 이후 노동시장 개혁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최근 작성한 ‘노동개혁,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글에서 여러 허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고용 문제는 자본의 독식 때문’이라며 그 근거로 71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정작 대기업의 임금상승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00명 이상을 고용한 대기업의 월급여 총액(1인당 평균)은 2014년 6.6% 올라 경제성장률(3.3%)보다 높았다. 5~9명(3.0%), 10~29명(2.4%), 30~99명(2.3%)을 고용한 중소기업의 임금상승률과도 격차가 컸다.

야당이 ‘국내 고용사정이 불안하다’며 제시한 근속연수와 노조 조직률 수치 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전체 근로자의 단순 평균으로 보면 모든 근로자가 힘 없는 존재로 포장된다”며 “통계에 대한 무지 또는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임금 상위 20%는 대부분 공공부문·대기업 근로자라 근로조건이 좋지만 나머지 80%가 워낙 열악한 처지에 있어 평균치를 내면 이 같은 현실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기업소득이 가계소득보다 더 늘어난 원인을 ‘기업의 탐욕’으로 돌리는 것도 오해라고 지적했다. 2013년 한국은행은 수출 제조업의 고용 흡수력이 떨어진 점을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김 소장은 “세계 최상위인 조선업계가 직접고용을 왜 못 늘렸나 생각해봐야 한다”며 “높은 임금과 경직성이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도 본질적 문제를 건너뛰고 있다고 질타했다. 예컨대 대기업 정규직의 문제를 제기하려면 공공부문의 과보호도 지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