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 집행위기를 벗어난 10일 오후 서울 남대문 CJ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 집행위기를 벗어난 10일 오후 서울 남대문 CJ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309억원 배임죄 부분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서울고등법원의 심리를 다시 받게 됐다. 이 회장은 원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건강 문제로 오는 11월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가 돼 있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대법원 파기환송의 취지를 반영하면 형이 원심보다 가벼워질 가능성이 커 집행유예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이 회장 등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배임죄 공소사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회장은 자신 소유의 팬 재팬(주) 명의로 일본의 부동산을 두 채 구입하면서 CJ재팬에 대출 연대보증을 서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회장이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모두 39억5000만엔(당시 환율로 약 309억원)이었다.

원심법원은 이 금액 전체를 이 회장의 배임액으로 보고 특경가법 3조를 적용했다. 이 조항은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금액이 큰 배임을 형법상 배임죄보다 가중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형법 355조에 따른 배임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같은 법 356조에 따른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어서 특경가법보다 형량이 낮다.

3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얻은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경가법은 범죄액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이득액을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연대보증을 설 당시 주 채무자인 팬 재팬이 변제능력을 전부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팬 재팬이 매입한 빌딩의 실제가치, 대출 조건,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수입 등에 비춰볼 때 빌린 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갚을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에는 특경가법의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임죄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모두 원심 판단이 유지됐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일본 부동산 매입 부분만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다툴 전망이다.

검찰은 특경가법 적용을 포기하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한 변호사는 “원심의 징역 3년보다 낮아지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고 분석했다. 특경가법 적용을 유지하면서 배임액을 특정한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올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내놓은 증거만으로는 금액 산정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동기 전 CJ 글로벌홀딩스 대표, 배형찬 전 CJ 재팬 대표에 대한 원심 판결도 이 회장과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