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2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 사건으로 청산 막바지에 와 있는 가전업체 ‘모뉴엘’의 일본 재산 35억여원을 모뉴엘재팬의 등기이사가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모뉴엘의 자산 관리·처분권을 갖고 있는 수원지방법원은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자산 환수를 위한 법적 조치를 강구 중이다. 모뉴엘의 불법 대출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입은 손실액은 6700억원이 넘는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채권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모뉴엘 자산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상황이다.

6일 수원지법 등에 따르면 모뉴엘재팬의 등기이사 S씨가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일본 부동산은 도쿄 롯폰기힐스에 있는 감정가 35억원의 고급 아파트다. 해당 자산은 모뉴엘의 일본지사인 모뉴엘재팬이 2013년 7월25일 법인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박홍석 모뉴엘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일본에 머물 때 사택으로 사용했다. 내부 인테리어에 든 비용만 10억원이 넘을 만큼 호화 부동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동산은 모뉴엘이 수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해 10월20일 주식회사 에이에스아이 유토비아(ASI UTOBIA, 이하 유토비아) 소유로 넘어갔다. 유토비아는 S씨가 대표로 있는 무역 회사로 모뉴엘이 일본에서 돌려막기식으로 회전거래를 할 때 중간 유통회사로 이용했던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국적인 S씨는 모뉴엘재팬의 등기이사로서 지금까지 모뉴엘재팬의 자산을 관리해 온 인물이다.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은 현물투자 방식으로 이뤄졌다. 모뉴엘재팬은 본사인 모뉴엘이 파산 신청하기 나흘 전인 지난해 10월16일 박 대표 1인이 참석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토비아가 발행한 우선주식 1750주를 주당 20만엔(약 2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대금 지급은 35억원 상당의 롯폰기힐스 부동산과 현금 200만엔(약 2000만원)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S씨는 법원 측에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뉴엘 파산관재인은 “본사가 파산 직전에 있는 데 벤처 지분에 35억원을 투자한 정황이 의심스럽고, 주당 금액이 200만원이란 점 등을 보면 정상적인 거래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속수감 중인 박 대표는 해당 부동산이 S씨에게 넘어간 상황을 모른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아파트는 이미 지난 5월26일 중국인 C씨 소유로 넘어갔다. 수원지법 파산부는 S씨가 현금화한 35억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법원에선 처분된 부동산을 국내로 회수하기 위해 국내 로펌을 선임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부동산이 처분돼 현금화됐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수원지법이 모뉴엘의 국내외 자산을 처분해 확보한 금액은 80억원가량이다.

김인선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