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저금리 덫에 걸린 생명보험업계…삼성생명 수익률 연 3%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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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사상 최저 수익률 '쇼크'
생보사 '저금리 공포' 현실로…연 1%대 금리에 수익률 1%P '급락'
보수적 자산운용에 대출비중도 낮았던 탓
선방한 생명보험사도 채권 팔아 수익률 방어 급급
역마진 심화…전문가들 "대체투자 늘려야"
생보사 '저금리 공포' 현실로…연 1%대 금리에 수익률 1%P '급락'
보수적 자산운용에 대출비중도 낮았던 탓
선방한 생명보험사도 채권 팔아 수익률 방어 급급
역마진 심화…전문가들 "대체투자 늘려야"
▶마켓인사이트 9월4일 오후 4시52분
국내 최대 생명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의 올 상반기 자산운용수익률이 처음으로 연 3%대로 떨어졌다.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 운용수익률이 급락한 탓이다. 연 1%대 초저금리가 생보업계 전반의 생존 기반을 위협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에 175조8000억원의 자산을 채권 주식 부동산 대출 예금 신탁 등에 투자·운용한 결과 연 3.84%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 자산운용수익률(연 4.78%)보다 1%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1957년 회사 설립 이후 최저치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수익률은 2010년만 해도 연 6.38%에 달했지만 시중금리 하락으로 2011년 4.67%로 하락한 뒤 △2012년 4.29% △2013년 4.22% △작년 4.27% 등 하향세를 이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과 대출을 통한 자산운용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 상반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초 연 2.13%에서 6월 말 연 1.79%로 하락한 것이 전체 수익률을 떨어뜨린 요인”이라며 “우량 국공채를 장기 보유하는 보수적 채권 운용을 하다 보니 금리 하락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금리가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창사 이후 최저 자산운용 수익률로 떨어진 것과 달리 한화 교보생명 등 나머지 대형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72조94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해 연 4.81%의 수익을 거뒀다. 작년 자산운용 수익률 연 4.98%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 5%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률이라는 평가다.
○삼성 “여러 악재 겹쳤다”
교보생명도 63조47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해 연 4.6%의 수익을 올렸다. 2013년 연 4.8%, 2014년 연 4.6%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양생명은 작년보다 0.10%포인트 떨어진 연 4.6%, 미래에셋생명도 0.20%포인트 낮아진 연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다른 회사들보다 크게 낮아진 데는 몇 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자산 규모 자체가 다른 대형사보다 배 이상 커 금리 하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구조다. 운용자산 중 대출 비중(상반기 말 현재 17.3%)이 한화(22.8%)나 교보(23.8%) 등 다른 대형사에 비해 낮은 것도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이자율은 변동금리 상품이라도 금리가 떨어진 뒤 3개월 정도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 하락기엔 삼성처럼 대출자산 비중이 낮은 생보사가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생보사도 안심 못 해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 보유주식 때문에 자산운용 수익률 계산 때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7.21%) 호텔신라(7.30%) 등 수십조원의 계열사 주식과 채권은 자산운용 수익률 산정 때 분모에 들어가는 운용자산에는 포함되지만 이로부터 발생하는 주식평가차익이나 채권이자수익 등은 분자에 들어가는 운용수익에서 빠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계열사 주식평가이익 등을 반영한 ‘조정 자산운용수익률’은 상반기 연 4.4%에 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사의 수익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일시적인 눈속임’일 뿐 조만간 연 3%대로 동반 하락하는 생보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회사 사장은 “많은 생보사는 금리 하락기를 이용해 보유 중인 채권을 팔아 매각이익을 실현하거나 회계적으로 채권 유형을 ‘만기보유채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꿔 시가평가이익을 반영하는 ‘꼼수’까지 동원해 상반기 수익률을 방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은 연 1%대 저금리가 이어질 경우 나머지 생보사의 수익률이 연 3%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도수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상무)은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하면 당장은 평가이익이 늘어 좋지만 금리 인상 시기에는 평가손실이 날 수도 있다”며 “당장의 평가이익을 위해 회계처리 변경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마진 공포 확산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어느 보험사도 ‘역(逆)마진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삼성 한화 교보 등 국내 생보사들은 지금은 변동금리 상품을 팔지만 2000년 이전까지는 확정금리 상품을 팔았다. 특히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연 6% 이상의 확정금리로 판 보험계약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팔린 연 6% 이상의 확정형 보험계약은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1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보험계약 때문에 생보사 전체 자산은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 2012년부터 역마진으로 바뀐 상태다. 향후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면 역마진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금리가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금리 시대가 올 가능성은 낮은 만큼 헤지펀드 부동산 사모펀드(PEF) 인프라 등 국내외 대체투자를 늘려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저금리 시대에 생보사들이 조금이라도 운용수익률을 높이려면 외환 및 해외 투자와 관련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허란 기자 mustafa@hankyung.com
국내 최대 생명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의 올 상반기 자산운용수익률이 처음으로 연 3%대로 떨어졌다.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 운용수익률이 급락한 탓이다. 연 1%대 초저금리가 생보업계 전반의 생존 기반을 위협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에 175조8000억원의 자산을 채권 주식 부동산 대출 예금 신탁 등에 투자·운용한 결과 연 3.84%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 자산운용수익률(연 4.78%)보다 1%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1957년 회사 설립 이후 최저치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수익률은 2010년만 해도 연 6.38%에 달했지만 시중금리 하락으로 2011년 4.67%로 하락한 뒤 △2012년 4.29% △2013년 4.22% △작년 4.27% 등 하향세를 이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과 대출을 통한 자산운용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 상반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초 연 2.13%에서 6월 말 연 1.79%로 하락한 것이 전체 수익률을 떨어뜨린 요인”이라며 “우량 국공채를 장기 보유하는 보수적 채권 운용을 하다 보니 금리 하락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금리가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창사 이후 최저 자산운용 수익률로 떨어진 것과 달리 한화 교보생명 등 나머지 대형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72조94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해 연 4.81%의 수익을 거뒀다. 작년 자산운용 수익률 연 4.98%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 5%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률이라는 평가다.
○삼성 “여러 악재 겹쳤다”
교보생명도 63조47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해 연 4.6%의 수익을 올렸다. 2013년 연 4.8%, 2014년 연 4.6%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양생명은 작년보다 0.10%포인트 떨어진 연 4.6%, 미래에셋생명도 0.20%포인트 낮아진 연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다른 회사들보다 크게 낮아진 데는 몇 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자산 규모 자체가 다른 대형사보다 배 이상 커 금리 하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구조다. 운용자산 중 대출 비중(상반기 말 현재 17.3%)이 한화(22.8%)나 교보(23.8%) 등 다른 대형사에 비해 낮은 것도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이자율은 변동금리 상품이라도 금리가 떨어진 뒤 3개월 정도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 하락기엔 삼성처럼 대출자산 비중이 낮은 생보사가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생보사도 안심 못 해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 보유주식 때문에 자산운용 수익률 계산 때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7.21%) 호텔신라(7.30%) 등 수십조원의 계열사 주식과 채권은 자산운용 수익률 산정 때 분모에 들어가는 운용자산에는 포함되지만 이로부터 발생하는 주식평가차익이나 채권이자수익 등은 분자에 들어가는 운용수익에서 빠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계열사 주식평가이익 등을 반영한 ‘조정 자산운용수익률’은 상반기 연 4.4%에 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사의 수익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일시적인 눈속임’일 뿐 조만간 연 3%대로 동반 하락하는 생보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회사 사장은 “많은 생보사는 금리 하락기를 이용해 보유 중인 채권을 팔아 매각이익을 실현하거나 회계적으로 채권 유형을 ‘만기보유채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꿔 시가평가이익을 반영하는 ‘꼼수’까지 동원해 상반기 수익률을 방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은 연 1%대 저금리가 이어질 경우 나머지 생보사의 수익률이 연 3%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도수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상무)은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하면 당장은 평가이익이 늘어 좋지만 금리 인상 시기에는 평가손실이 날 수도 있다”며 “당장의 평가이익을 위해 회계처리 변경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마진 공포 확산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어느 보험사도 ‘역(逆)마진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삼성 한화 교보 등 국내 생보사들은 지금은 변동금리 상품을 팔지만 2000년 이전까지는 확정금리 상품을 팔았다. 특히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연 6% 이상의 확정금리로 판 보험계약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팔린 연 6% 이상의 확정형 보험계약은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1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보험계약 때문에 생보사 전체 자산은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 2012년부터 역마진으로 바뀐 상태다. 향후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면 역마진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금리가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금리 시대가 올 가능성은 낮은 만큼 헤지펀드 부동산 사모펀드(PEF) 인프라 등 국내외 대체투자를 늘려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저금리 시대에 생보사들이 조금이라도 운용수익률을 높이려면 외환 및 해외 투자와 관련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허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