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IFA) 전시장에 64대의 OLED TV를 설치해 우주, 밤하늘, 별빛 등의 영상을 보여줬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IFA) 전시장에 64대의 OLED TV를 설치해 우주, 밤하늘, 별빛 등의 영상을 보여줬다. LG전자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4일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IFA).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은 두께 1㎜, 말 그대로 종잇장 같은 디스플레이 한 장을 소개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응용한 ‘월페이퍼 디스플레이’였다. TV를 가볍게 들고 다니며 집안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게 했다. 1000여명의 관람객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한 사장은 이날 ‘디스플레이가 바꿀 우리의 삶’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디스플레이업계와 LG그룹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IFA 기조연설을 한 것은 한 사장이 처음이다. 그는 “미래 디스플레이는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화질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가능해야 한다”며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완벽한 디스플레이가 OLED”라고 말했다.

LGD의 혁신…두께 1mm OLED, 들고 다니는 TV 시대 열다
○솔거 그림 부채로 OLED 화질 강조

한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 참석자들에게 신라시대 화가인 솔거의 노송도가 그려진 한국 전통부채를 선물했다. 솔거가 그린 노송도가 실제와 같아 새들이 그림으로 날아들었다는 일화를 예로 들어 OLED의 화질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래 디스플레이는 실제 그대로를 구현하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며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되도록 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딱딱하고 네모난 형태라는 디스플레이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사장은 “디스플레이를 다양한 형태로 바꿔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우리는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소통하고, 미래를 보고 꿈을 꾼다”며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상상만 하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꾼다”고 말했다. 과거 CRT(음극선관) 시대에 디스플레이는 TV나 모니터 정도에만 활용했지만 LCD(액정표시장치)로 디스플레이가 진화하면서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가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기조연설에선 65인치 UHD(초고화질) OLED 패널 3장을 붙여 S자 모양으로 구현한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두께가 5.3㎜에 불과한 양면 디스플레이도 공개했다.

한 사장은 “LG디스플레이는 기존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을 연구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OLED로 제작한 선글라스나 헤어밴드 등 웨어러블(착용형) 제품이 대표적이다. 교실 책상, 자동차 창부터 시작해 건물 벽 전체를 OLED로 구현하는 세상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IFA 계기로 OLED 확산 기대"

각계 유명인사들도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OLED의 아버지’로 불리는 칭탕 로체스터공대 교수는 “OLED는 백라이트가 없어 조만간 LCD보다 싸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IFA를 계기로 OLED TV가 더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LG전자도 이번 IFA 전시의 핵심 주제를 OLED로 잡았다. OLED TV 64대를 동원해 전시장 중앙은 물론 천장까지 가득 채웠다. 천장에 설치한 OLED TV에서는 우주, 밤하늘, 별빛 등의 영상을 보여줬다. OLED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검은색’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LG 관계자는 “OLED TV 시대를 위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