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노력 적극적이면 인센티브, 게으르면 불이익"
사회안전망 제공·취업 지원 일원화해 원스톱 서비스 제공


경제 회복에 필수적인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노동시장을 갖추려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재취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선진국들은 실업·이직자들의 재취업과 이직을 돕기 위해 대체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고 있다.

재취업에 적극적인 실업자에게는 세금 면제 등 인센티브를, 반면 소극적인 이에게는 불이익을 줘서 일자리 찾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또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 제공과 구직 알선·직업 재교육 등 취업 지원을 한 곳으로 일원화해 구직자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독일 = 초저 실업률…취업 알선·인센티브에 '올인'

독일은 유명한 '하르츠 개혁'을 기점으로 취업 알선과 취업 또는 창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집중한 결과 지난 7월 기준 4.7%의 초저 실업률을 유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50세 이상의 실업자나 실업 예상자가 기존 일자리보다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면 임금 차액의 50%와 연금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실업자가 1인 창업을 하면 3년간 월 240∼600유로(약 32만∼8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연금보험료는 면제, 의료보험료·간병보험료는 감면해준다.

또한, 월 급여 400유로 이하의 '미니잡'의 경우 취업자는 다양한 세금과 사회보장 보험료 면제, 고용주는 세금·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반면 실업수당에 안주해 재취업에 소극적인 실업자에게는 '채찍'이 주어진다.

25세 미만 청년 실업자에 대해서는 3개월 안에 취업을 목표로 취업 상담, 알선 등의 지원을 강화하되 알선한 직업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준다.

또 장기 실업자에겐 한국의 공공근로사업과 유사한 시간당 2유로(약 2천600원) 일자리를 권고하고 이를 거절하면 실업급여를 깎는다.

취업 알선을 위한 정부와 민간 부문의 협력도 활발하다.

연방고용청은 3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에게 2천 유로의 바우처를 줘 민간 취업알선기관 서비스를 받게 하는 등 바우처 제도를 활용해 실업자들이 민간 전문기관에서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영국 = 복지·취업지원 일원화…기업들도 자발적 참여
영국은 노동관련 규제 완화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해고가 비교적 자유롭지만, 재취업 또한 보편적이어서 실업률은 5%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구직자 지원 서비스는 복지전달체계가 일원화돼 있고 개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영국은 2002년 공적부조 지급 기관인 급여청과 구직수당을 지급하는 고용청을 확대고용센터(Jobcenter Plus)로 통합했다.

동일 기관에서 구직 지원과 복지 지원을 연계 서비스함으로써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일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부 과제 실현의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구직자마다 '일자리 찾기 코치'를 지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특징이다.

기업 현장에서 업무를 체험하는 '업종별 현장근로 아카데미', 지역사회 기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함께 일하기', '시험적 고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자가 자신에 맞는 현장 근로 경험을 쌓고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재취업 지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풍력·조력 에너지업계 단체인 영국풍력에너지협회(BWEA)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기존 에너지 업계 출신 구직자들에게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과 업무능력을 가르쳐 전직을 돕고 있다.

공공기관인 원자력퇴역청(NDA)은 원자력발전소 2곳의 가동 중단을 앞두고 이들 발전소 직원들에게 5년간 재훈련을 제공해 재생에너지 분야 전문 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다.

◇ 프랑스 = 실업자 지원·구직 알선·재교육 원스톱 서비스

프랑스에서는 실업수당 지급, 구직 알선, 재교육 등 실업자 지원 서비스를 정부 기관인 고용센터로 일원화했다.

일단 실업자가 고용센터에 등록하면 직원이 전담 배치돼 구직 및 직업교육 지원 등의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직원 1명당 실업자 수가 약 60명에 이르렀으나, 이제는 30명 가량으로 줄어 서비스가 나아졌다.

고용센터는 국립성인직업교육협회(AFPA) 등 전국 7천여 곳 훈련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업자에게 소개한다.

AFPA에서는 6∼9개월 가량 실무 위주의 교육을 제공하고 훈련생을 기업에 파견해 연수를 받도록 한다.

AFPA는 또 약 700명의 심리학자를 두고 구직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해 직업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 미국 = 당국이 장기 실업자 찾아내서 일자리 알선

미국 노동시장은 유럽 등 다른 지역보다 해고가 자유로우면서 재취업 또한 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덕분에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지난 7월 현재 5.3%로 낮은 수준을 나타낸다.

미국에서 실직자의 재취업이나 재교육을 1차로 담당하는 기관은 약 2천500개에 달하는 지역별 '원스톱 경력지원센터'다.

흔히 '원스톱'으로 불리는 이 기관은 노동부의 지원으로 실직자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 은퇴자, 장애인, 전과자 등 다양한 배경의 구직자를 지원한다.

이 기관의 서비스 중 눈에 띄는 것은 노동능력분석·재취업서비스(WPRS)다.

이는 지금까지 축적된 통계를 바탕으로 실업수당을 오래 받았지만,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추려내 적극적으로 구직을 독려하는 제도다.

구직자 본인이 나서기 전에 연방정부나 지역사회에서 먼저 구직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실직자가 소규모 자영업을 운영할 경우 정해진 기간에 실업수당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자영업지원실업급여(SEA) 제도도 있다.

다만 최근 들어 199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운영비 등으로 인해 원스톱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정책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소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원스톱을 찾는 미국인은 누적 기준으로 연평균 1천500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단순 정보제공이 아닌 심층 구직안내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3%에 불과했다.

이밖에 각 주나 지역사회, 기업별로 경영 사정이 나아지면 전직 직원을 우선 채용하는 제도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연방정부는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한편 대표적인 실업자 사회안전망인 실업수당은 이에 의존해 재취업을 소홀히 하지 못하도록 짜여 있다.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구직 준비가 돼 있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음을 매주 구직지원센터에 알려야 한다.

◇ 일본 = 재취업지원 보조금 노사에 제공…여성 재취업 교육 활성화 추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의 핵심 정책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재취업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실직자 재취업 지원은 금전적 지원과 교육·취업 알선 양면에서 이뤄진다.
금전 지원의 경우 본인 의사와 무관히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재취업을 위한 보조금인 '노동이동지원조성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기업이 직원 해고에 앞서 직업소개 사업자에게 위탁해 당사자의 재취업을 알선할 경우 해당 기업은 10만 엔(약 98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구직 활동을 위한 휴가를 직원에게 부여하는 기업도 최대 90일간 하루 4천∼7천 엔(약 3만9천∼6만8천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또 고용보험 수급자가 실직 후 조기에 안정된 직업에 취업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면 재취업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실업수당이 끊어질까 우려해 재취업에 소극적인 실업자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재취업수당 수급자 중에 재취업후의 임금이 이전 직장의 임금보다 낮은 경우 취업촉진정착수당도 지원한다.

취업 알선·재교육은 대표적 재취업 취약계층인 고령자와 여성을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령자 등의 고용안정 등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에 고령자 재취업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각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공익법인 실버인재센터연합(실버연합)을 통해 고령자를 위한 직업 소개 및 노동자 파견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대학에서 여성 재취업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능을 교육하는 프로그램 수강자 인원을 현재의 십수만 명 수준에서 2018년까지 20만 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문부과학성이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환경, 에너지, 농림수산, 의료, 복지, 건강 등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업계·학계·정부 간 협력을 통해 개발할 계획이다.

출산 및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던 여성이 재취업을 원할 때 이런 성장 분야의 최신 지식을 익혀 취업 기회가 열리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베를린·런던·파리·도쿄·워싱턴연합뉴스) 고형규 황정우 조준형 김세진 박성진 특파원 uni@yna.co.kr jungwoo@yna.co.kr jhcho@yna.co.kr smile@yna.co.kr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