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와신상담 6년'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 당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패한 것이 가장 아쉽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이 사석에서 투자은행(IB) 업계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글로벌 증권사의 한 국내 대표는 “김 회장이 당시 패배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가끔 털어놨다”고 전했다.

MBK가 2일 홈플러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김 회장은 6년 전 KKR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경쟁한 상대방이 KKR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컨소시엄이다. 몸값(인수가격)을 비교하더라도 홈플러스(7조9000억원 안팎)가 오비맥주(2조3000억원)의 세 배 이상이다.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는 국내 PEF 운용사가 미국에서 가장 역사(39년)가 오래된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운용사를 꺾고 승리했다는 의미가 있다.

김 회장은 어린 나이에 미국에 홀로 유학, 하버포드칼리지와 하버드대 MBA(경영학석사)를 졸업한 뒤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와 골드만삭스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배웠다.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전성기였던 시절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는 털어놨다.

한국에 이름을 알린 건 미국의 대형 PEF 운용사인 칼라일 재직 시절 국내에서 인수한 한미은행 건이다. 2000년 9월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2004년 2월 씨티은행에 되팔아 7000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인수 당시 김 회장 나이는 37세. 고(故) 박태준 전 총리의 막내 사위라는 ‘후광’으로 단번에 금융권 차세대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2005년 자신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독립했다. 이후 씨앤앰(케이블업체), 코웨이(정수기 방문판매), 네파(패션), ING생명(보험),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레저), 중국의 에이팩로지스틱스(유통) 등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총 22개 기업을 인수, MBK를 동북아시아 대표 PEF 운용사로 키워냈다.

좌동욱/김태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