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대리를 위해서는 기술의 이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송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소송대리는 변리사법 2조와 8조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지난 7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변호사단체와 변리사단체가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변리사도 특허침해소송의 대리인 자격으로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설 수 있게 해줘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변리사의 일반법원 소송대리 허용 문제는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 취득 논란과 함께 법조계의 해묵은 과제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9, 10월 정기국회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특허와 관련한 소송은 크게 두 가지다. 특허청 특허심판원의 특허 유무효 결정과 특허 권리범위 결정(심결)에 불복하는 심결취소소송과 특허침해 여부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특허침해소송으로 나뉜다. 심결취소소송은 특허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은 일반법원에서 진행한다.

그런데 일반법원에서 진행하는 특허침해소송은 민사소송법 87조에 근거해 변호사만 소송대리권을 가진다. 변리사 측은 단독 대리가 불가능하다면 변호사와 공동으로라도 대리권을 갖고 법정에 설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3년 7월 이원욱 의원 외 17명이 국회에 제출한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변리사 측은 “기술전문가인 변리사가 기술 부분을 변호사에게 설명하고 이 설명을 들은 변호사가 재판부에 진술하는 것보다 변리사가 직접 법정에 나와 재판부에 진술하는 것이 재판의 신속화와 충실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변리사가 대부분 써준 소송서면을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진술하거나 변리사가 방청석에서 기술 관련 변론 내용을 쪽지로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쪽지변론’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변리사법 2조에는 “변리사는 특허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8조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측은 변리사의 역할이 증인이나 감정인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한다. 아울러 변호사와 달리 변리사는 소송절차에 관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고 의뢰인에게 변리사까지 선임하도록 하는 등 이중의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든다.

양측은 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을 공부한 변호사가 많이 나와 변리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변호사 측), “변호사시험에서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한 학생 비율은 갈수록 하락(2012년 4.9%→2014년 2.6%)하고 있다”(변리사 측)며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도 어느 한쪽 입장만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일본은 2003년부터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제도인 부기변리사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변리사회(CIPA)는 소송교육과정을 이수하고 6개월 이상 실무수습을 한 변리사에게 송무인가증을 발급하고, 이 송무인가증을 취득한 변리사는 특허법원의 항소심에서 변호사와 공동 대리가 가능하다.

미국에선 이공계대를 졸업하고 특허청에서 시행하는 대리인 시험에 합격한 특허대리인(patent agent)은 법원에서 소송대리를 못한다. 특허침해소송은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가 대리한다. 이들은 이공계대를 졸업하고 특허대리인 자격과 일반변호사 자격을 함께 갖춘 사람들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