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예 피아니스트 장하오천은 “관객들을 움직이려면 연주자가 자발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KBS교향악단 제공
중국 신예 피아니스트 장하오천은 “관객들을 움직이려면 연주자가 자발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KBS교향악단 제공
장하오천(張昊辰·25)은 촉망받는 중국인 신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09년 제13회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13년 로린 마젤의 지휘로 뮌헨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3~2014년에는 일본 규슈오케스트라,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 시애틀심포니오케스트라,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최근 중국 4개 도시에서 연 공연은 연속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최근 내한 공연을 한 그를 만났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내성적이고 정밀함을 중시하는 데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 자란 연주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섬세한 편입니다. 단자오이 선생님이 정교함을 강조해 영향을 받았죠.”

단자오이 교수는 그가 열한 살이던 2001년 입학한 선전예술학교의 스승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697회 정기연주회에서도 장하오천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협연에 이어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곡의 가냘프면서도 과감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섬세한 두드림과 풍부한 표현력이 돋보였다.

‘섬세함’은 데뷔 이후 줄곧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텔레그래프는 ‘멘델스존의 민첩함과 리스트의 악마적 기교를 갖췄다’고 했고, 보스턴글로브는 ‘상상력에 미묘한 섬세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하이 출신인 그는 피아노를 네 살에 시작해 첫 데뷔 리사이틀을 다섯 살에 열 정도로 성장이 빨랐다.

“가족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피아노를 취미로라도 쳐보라고 레슨을 받게 해주셨는데,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빠져든다는 걸 알았죠. 직업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생각까지는 못했지만 친구들보다 실력이 빨리 는다는 건 알았어요. 워낙 꼬마였으니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알 리 없었지만 그와 흡사한 느낌이었죠.”

그는 연간 60~70회의 콘서트를 소화한다. 40%가량은 오케스트라 협연, 40%는 리사이틀, 나머지는 실내악이다. 그는 “평소에는 적당히 연습하지만 연주 투어 중에는 ‘연습벌레’가 된다”며 음악에 대한 연주자의 진지한 태도를 강조했다.

“관객들의 내면을 움직이려면 연주자 자신이 매우 솔직하고 신실하게, 자발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어야 합니다. 약간의 가식이라도 스며들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죠. 연주자, 특히 솔리스트가 마주해야 하는 고립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절히 조절해야 하고요.”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그는 “한국 클래식 팬들은 굉장히 따스하고 음악에 열정적인 데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 관객보다 더 열린 마음을 지닌 것 같다”며 “그래서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