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와 관련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제과가 합친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가 유력한 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효과와 소요 비용을 고려하면 다른 방안들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 체제 내 롯데그룹의 방향성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한국 롯데에 대한 직접 지배력 강화, 지분 확대, 인수합병을 통한 그룹 성장 등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 유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호텔롯데 상장을 중심으로 단독 지주회사나 롯데쇼핑과의 합병 또는 롯데제과까지 포함한 지주회사 설립 등이다. 합병 계획은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비용 최소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호텔롯데 상장 후 롯데쇼핑, 롯데제과의 합병 지주회사 설립이다.

이 시나리오의 주요 과정은 호텔롯데의 상장, 롯데쇼핑과 롯데알미늄 롯데상사의 합병, 롯데푸드 롯데리아의 합병, 코리아세븐과 로지스틱스의 합병, 대홍기획과 롯데정보통신의 합병 등이다. 최종적으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를 인적 분할 후 호텔롯데와 합병, 한국롯데지주가 설립되는 가정이다.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호텔신라+롯데쇼핑 롯데제과 합병 지주사 가정 시나리오>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호텔신라+롯데쇼핑 롯데제과 합병 지주사 가정 시나리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가정대로라면 롯데푸드와 롯데리아의 합병법인은 대홍기획과 정보통신 합병법인의 대주주가 된다"며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와 롯데리아의, 코리아세븐과 로지스틱스의 합병 후 대주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로 정리되는 셈이다. 이후 호텔롯데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인적 분할 합병을 통해 최소 비용으로 최종 지주회사 형태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해소될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호텔롯데 상장 후 단독 지주회사 전환은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보인다. 지주사 전환 자금이 다른 시나리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서다.

양 연구원은 "호텔롯데 단독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롯데쇼핑(지분 8.8%), 롯데제과(3.2%), 롯데칭성(5.9%), 롯데푸드(8.9%)를 보유하는데 자·손자·증손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는 자·손자회사 지분 20%(비상장사는 40%), 증손자회사 100%를 보유해야 한다.

또 다른 가정인 호텔롯데가 상장한 뒤 롯데쇼핑과 인적분할 합병을 하는 시나리오는 지분구조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롯데푸드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하며 롯데제과와 얽힌 지분구조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