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부 소식 전파에 군인·주민 동요…'확성기 방송'에 알레르기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과거부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북한 주민이 접하기 어려운 북한 권부 소식까지 전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21일 “북한의 도발에 웬만한 군사적 조치보다 효과적인 대응 조치”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뒤 군이 지난 10일 중단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전방 11개 지역에서 하고 있다. 현영철 처형 등 북한 내부 소식과 지구촌 소식, 날씨 정보, 가요 등의 내용을 담은 확성기 방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에게 혼란과 동요를 일으키는 우리 측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군이 운영 중인 확성기에는 개당 출력 500W짜리 대형 스피커 48개가 달려 있다. 주간 10㎞, 야간 24㎞ 떨어진 거리에서 들을 수 있다. 북한 개성 시내에서 파주 전방에서 운영하는 확성기 방송 청취가 가능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2년부터 시작됐으며 2004년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북한은 각종 남북회담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최전방 군인뿐 아니라 휴전선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심리적 동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대외 접촉이 차단된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 소식을 전해준 것도 대북 방송이었다. 1980~1990년대에 동구권 붕괴 소식이 확성기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교수형 소식과 2002년 월드컵 소식 등이 확성기를 통해 북한 내부로 전파됐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라고 말했다.

2004년 확성기 방송으로 평북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뉴스가 나간 적이 있다. 최전방에 근무한 북한군 병사들이 집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소식을 담았고 나중에 검열에 걸려 문제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인민군 여러분, 오늘 오후에 비가 오니 빨래 걷으세요”라는 내용으로 일기예보를 하면 북한군 부대에서 실제 빨래를 걷었다고도 한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