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별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CJ그룹은 “이 명예회장이 지병인 암으로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이날 오전 9시39분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2012년 12월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의 3분의 1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말 암이 부신(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 기관)으로 전이돼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받았다. 2014년에는 암세포가 혈액을 통해 림프절로 전이됐다고 판정돼 다시 중국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는 등 투병 생활을 해왔다.

고인은 1931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도쿄농대 축산과를 졸업한 뒤 1962년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했다.

1966년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사카린 원료 58t을 밀수하다 세관에 적발되는 이른바 ‘한비사건’의 책임을 지고 이병철 회장이 물러나자 제일제당 대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부사장 등 그룹 내 17개 직함을 갖고 삼성그룹 경영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1973년 대부분 계열사의 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병철 창업주가 1976년 3남 이건희 삼성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그의 삼성그룹 내 위상은 대폭 축소됐다.

1980년대부터 계속 해외에 체류하며 삼성그룹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1990년대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 재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해외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이 명예회장은 2012년 2월 이 창업주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7000억원대 유산분할 청구소송을 내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한 뒤 상고를 포기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손복남 CJ그룹 고문과 슬하에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있다.

고인의 차남 이재환 대표 내외와 처남인 손경식 CJ 회장 등이 중국 비자가 나오는 대로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중국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항공편으로 시신을 운구,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CJ그룹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국내로 운구하는 데는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을 장례식장으로 정한 것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장남 이재현 회장의 주거지가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돼 있는 점이 고려됐다.

CJ 관계자는 “상주는 이 회장이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빈소를 지키며 조문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