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두 달째 기준금리 '동결'…현행 1.5% 유지(상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개월째 1.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국내 경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고조되고 급증하는 가계부채 부담, 정부의 재정보강정책 효과 확인을 위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전문가 98% 동결 전망…"가계부채·자본유출 부담"

한은 금통위는 13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이후 두 달째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달 금리동결을 전망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설문 조사한결과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 중 응답자(113명)의 98.2%(111명)가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

금투협 측은 "신흥국의 경기 침체 우려 지속,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은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자본유출 규모 증가 문제가 남아 있는 점은 부담"이라며 금리동결 배경을 밝혔다.

현재 1100조원에 이르는 국내 가계부채 수준은 한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급증에 따른 부작용과 위험 등을 분석해 대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승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금리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지난달말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정책 상충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대책을 조기 집행한다고 밝히면서 정책 효과를 지켜볼 필요성이 있는데다, 내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지 두 달 밖에 안된 상황이고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섣부른 금리조정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 충격·더딘 경기회복세…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다만 최근 중국이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환율전쟁을 촉발시키자 한은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이틀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3.51%나 평가절하했다. 지난 11일 1994년 이후 일간 최대폭인 1.86%를 기습 절하한 데 이어 전날 1.62% 추가 하락 시킨 것.

이에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3년10개월만에 최고치인 1190원대로 치솟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중 각각 1950선, 700선이 붕괴되며 패닉장세를 나타냈다.

국내 경제 회복세가 뚜렷이 개선되지 않는 점도 한은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 올해 3월, 6월 총 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년도 채 안돼 1.0%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한 것.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5%까지 떨어트렸음에도 국내 경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8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경제는 메르스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7월 이후 메르스 영향이 점차 축소되며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서비스업 회복은 미흡하다"며 "메르스 충격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경기부양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은이 연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좋은 상황이 아닌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 중국의 위안하 충격으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한은이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9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만장일치가 아닌 소수의견이 나와 인하 신호를 미리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도 "금통위가 연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경제 지표가 나아지지 않을 시에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