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전격 평가절하] 아시아 주요국 통화 일제히 하락…'환율전쟁' 불붙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직후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도 일제히 떨어졌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가 주목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일보다 1.86% 높게 고시한 11일 태국 바트화 가치는 전일 대비 0.7% 하락한 달러당 35.30바트를 나타냈다.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싱가포르달러의 가치는 전일보다 1.2% 하락한 1.40싱가포르달러로 역시 5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필리핀 페소화의 가치는 달러당 45.89페소로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외환트레이딩업체인 오안다의 스티븐 이네스 선임 트레이더는 “아시아 지역 전반에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고 이 지역의 모든 통화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가 이 정도로 그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중국을 따라 인위적인 통화가치 낮추기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경기회복을 꾀하기 위한 소위 ‘환율전쟁’이다.

지난해부터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등 완화정책을 잇따라 써왔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호주, 인도, 스웨덴 등 20개국 이상의 중앙은행이 환율전쟁에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참여한 셈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중앙은행의 고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다소 잠잠했던 글로벌 금리인하 행진이 다시금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쿄 소재 모넥스 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선임 전략가는 “다른 아시아 통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사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비싸졌다”며 “위안화 절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달러와 한국의 원화, 대만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날 중국의 조치 이후 신문의 헤드라인들은 통화 평가절하 전쟁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전쟁과 연결짓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경기부양과 외환유출,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선제 대응 등을 모두 염두에 둔 것”이라며 “통화가치를 특정 목적에 맞춰 변동시킨 고의적 조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