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일본 L투자회사들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연합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가 신격호 총괄회장·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가 6일 도쿄 법무국에서 발급받은 L투자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올해 6월 30일 L투자회사 10곳(1·2·4·5·7·8·9·10·11·12)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7월 31일자로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이전까지는 L투자회사 대표이사를 신격호 총괄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이 나눠 맡고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새로 등재되면서 L제1·2·7·8·9·10·11·12투자회사의 대표이사는 신격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격호·신동빈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L제4·5투자회사는 쓰쿠다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신동빈 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올해 1월 L제4·5투자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L제2·7·8·9·10·11투자회사의 이사직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L투자회사는 모두 12곳이지만 L제3·6투자회사의 경우 등기 기재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법인등기부등본 열람·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가 붙은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지분율 19.07%)이지만, 나눠져 있는 지분을 합하면 L투자회사가 실질적인 지배사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호텔롯데 지분은 고쥰샤(光潤社)와 일본패미리가 각각 5.45%, 2.11%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기는 한·일 롯데 장악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L투자회사의 지분 구조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번 대표이사 등기 과정에서 지분 변동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기가 완료된 지난달 31일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시기이자 신 회장이 일본에 머무르던 시기와 겹친다.

L투자회사는 지난 6월초부터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등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기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뤄졌을 경우 일본롯데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반발 등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를 신동빈 회장 체제로 바꾸는 것은 우선 '원 롯데, 원 리더'(하나의 롯데, 하나의 지도자)로 가는 수순이었고,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됨으로써 실질적인 '원톱 체제'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투자회사는 지분구조상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정점이라는 점에서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름으로써 롯데 경영권을 한국인이 쥐는 한국 기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작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친 정당한 대표이사 선임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도쿄·서울=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이유미 기자 = sewonlee@yna.co.kr,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