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는 지난 4월 회사를 방문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에 “플라스틱카드 없이 단독 발급되는 모바일카드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신용카드에 포함되느냐”고 물었다. 모바일카드를 단독으로 발급하려면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계속 그랬던 것처럼 로펌에 여전법 해석을 의뢰하려 했으나, 현장점검반이 직접 회사에 와 건의사항을 듣겠다고 해 즉석에서 유권해석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금융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지난 3월 취임한 뒤 금융 관련 법 해석을 위해 로펌에 맡기지 않고 금융당국에 직접 질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4~6월 금융당국에 대한 금융회사의 유권해석 신청 건수는 177건이나 됐다. 그 이전엔 금융당국이 접수하는 유권해석 신청 건수가 월 한두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지난 4월 설치한 현장점검반이 금융회사를 찾아가 직접 신청을 받아오기 시작하면서 건수가 급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로펌업계의 금융 관련 법 해석 일감은 그만큼 줄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은행법 등 각종 금융 관련 법을 해석해 달라는 의뢰가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굳이 비용을 들여 로펌에 일을 시킬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 유관 협회도 임 위원장 취임 후 업무가 다소 줄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각 금융회사가 협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금융당국에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임 위원장 취임 후 개별 회사와 당국 간 직접 소통이 상당히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