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분쟁 다시 '소용돌이'] 길어지는 '신격호의 침묵'
"입장 밝히면 해결될텐데 시간 끄는 이유 알 길 없어"
신 총괄회장의 이 같은 침묵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후계자 지명 과정과 맞물리며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내 직위들을 박탈했다. 신 회장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보여졌다. 실제로 이달 15일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갑작스레 신 회장과 한국 롯데 주요 임원들의 해임을 지시하는 등 판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처럼 신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그룹 장악에 나선 것’이라면 진노하는 게 정상일 텐데 그런 얘기는 들리지 않는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총기가 예전 같지 않아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으로 출국한 뒤 지난 28일 국내로 돌아와 주요 계열사에서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하는 등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 많이 목격됐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 총괄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자리한 집무실 겸 거처에서 머물고 있다. 며칠 전 입국한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신 총괄회장을 수시로 만나며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점을 이용해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 측이 신 회장의 접근을 막고 있어 사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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