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힘'으로 버틴 삼성전자…분기 매출 11조원 역대 최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반도체부문 매출이 11조29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과거 매출 증가를 이끌던 스마트폰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반도체가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48조5400억원, 영업이익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29%, 4.03% 줄었다. 그러나 1분기에 비해 매출은 3.01% 올랐고 영업이익은 15.36% 증가했다. 스마트폰 ‘갤럭시S6’ 출시 효과로 2분기엔 매출 50조원대를 다시 넘어설 거라던 당초 예상이 빗나갔다. 갤럭시S6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반도체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을 메워 전 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4조600억원까지 떨어져 바닥을 친 뒤 3분기 연속 증가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스템반도체 흑자전환 효과

삼성전자 실적 회복의 견인차로는 반도체부문이 첫손에 꼽힌다. 반도체부문은 매출만 최대치를 기록한 게 아니라 영업이익도 3조4000억원을 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49.3%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0년 3분기(3조4200억원) 이후 약 5년 만이다.

기존 주력사업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까지 선전한 것이 실적 개선의 주요인이다. 삼성전자 측은 시스템LSI사업부가 2분기에 흑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엔 1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냈지만 2분기에 수백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갤럭시S6에 탑재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박영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른 반도체 경쟁업체들이 2분기에 대체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며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이익을 내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모바일 시장환경 안 좋아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M(IT·모바일)부문의 영업이익은 시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2조7600억원에 그쳤다. 전 분기에 비해 1% 늘었지만 당초 갤럭시S6의 판매가 본격화되면 IM부문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올라설 것이라던 예상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소비자가전(CE)부문에선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통해 에어컨, 냉장고 등 생활가전과 TV사업 모두 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디스플레이사업 매출(6조6200억원)은 전 분기보다 3.4% 감소했지만 프리미엄 패널 판매를 늘려 영업이익은 5400억원으로 3.7%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반도체가 주도할 전망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장(전무)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IM부문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판매가 늘더라도 경쟁사 신제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중저가 신모델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시스템LSI사업부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홍규식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하반기엔 지난해 하반기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매출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탁생산 중인 미국 애플, 퀄컴의 모바일 AP를 공급하게 되면 3분기에 반도체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중간배당을 주당 1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4년간 중간배당을 500원으로 했지만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두 배로 늘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