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만 1조 가까이 매도
환차손 우려한 자금이탈 가속화
수출株 실적에는 긍정적이지만…
SK이노·LG화학 등 정유·화학株 담아
아모레·현대車 등도 매수 상위권에
◆1주일간 약 1조원 팔아치운 외국인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5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최고치다. 이 중 절반 이상인 9740억원의 순매도(55.65%)가 지난주(20~24일)에 집중됐다.
외국인의 팔자 행진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원화 약세)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1167원90전으로 2012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만 20원40전(1.77%), 최근 한 달간 63원30전(5.73%)이나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대형 수출주의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환차손이 더 큰 우려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중장기적인 추세로 진행될 경우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27~2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어떻게 언급하느냐도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경상수지가 고점을 찍고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환율이 1200원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며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 증시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자금의 상당수는 미국 주식형펀드 및 채권 등으로 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른 점도 부담요인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외국인은 환율이 전주 대비 10~20원 올랐을 때 평균적으로 1주일간 약 4200억원어치, 20~30원 올랐을 때는 627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10원 이하로 올랐을 때는 14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주의 반등은 고환율 수혜가 실현되는 일정 기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환율과 상관관계가 낮은 유틸리티, 의류, 화장품, 미디어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이 담는 종목은
외국인이 매도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비중을 늘린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155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LG화학(외국인 순매수 상위 9위·764억원 순매수), 에쓰오일(11위·638억원), 롯데케미칼(12위·532억원) 등의 화학·정유주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낸 이들 업종 주식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쪽에 외국인들이 베팅했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탓에 약세를 보였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주,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도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권 종목에 들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선 변동성이 낮은 주식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엔 실적이 뒷받침되는 경기민감주를 최선의 선택으로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고운/심은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