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보건당국에 신고한 사람이 사상 최대인 1192명(내국인 1081명, 외국인 111명)을 기록했다. 국내 누적 감염자 수도 1만2757명(내국인 1만1504명)에 달했다. 2년 연속 새로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는 사람이 1000명을 넘고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1만명, 신규 발생 1000명 시대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신고자 가운데 남성은 92.4%(1100명)로, 여성(91명)의 12배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67명(30.8%)으로 가장 많았고, 30대(282명·23.7%), 40대(229명·19.2%) 등의 순이었다. 20~40대 젊은 층 감염자를 모두 합치면 전체의 73.7%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는 에이즈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가 줄고 있다. ‘유엔 에이즈 글로벌 리포트 2013’에 따르면, 에이즈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는 2001년 340만명에서 지난해 210만명으로 35%나 줄었다. 에이즈에 속수무책이던 아프리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콘돔 등의 보급으로 새로운 에이즈 감염자가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그런데 유독 한국은 신규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신규 에이즈 감염자 수는 2001년 327명, 2007년 740명, 2012년 868명, 2013년 1114명, 2014년 1191명으로 늘었다. 한국의 ‘에이즈 미스터리’다.

대학병원에서 에이즈 감염자의 상태를 정밀 조사하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감염자 상태를 보고 혀를 차는 일이 잦다. 대부분 HIV에 감염된 지 오래돼 면역 기능이 망가진 채로 병원에 오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는 혈액검사를 보편화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빨리 발견하고 조기에 약물을 투여, 신규 감염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성접촉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바람에 신규 감염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신규 감염자 중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진 감염자 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57~76%를 왔다 갔다 하며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해도 바이러스 전염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전염 차단 효과가 있다”며 “누구나 거리낌 없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돼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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