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북핵 '차별화' 공식화…대북 추가제재 '예고편' 관측
케리 "북한은 핵폭탄 터뜨리고 NPT 탈퇴…이란은 달라" 직접비교


이란 핵합의 이후 북한을 향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도리어 높아지고 있다.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해 북한이 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고삐를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이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의 대북 추가제재 발표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유엔 등의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 이름을 바꿔가며 무기운송을 해온 북한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OMMC)와 관련된 싱가포르 선사와 이 회사의 회장을 추가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애덤스 수빈 미국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차관 대행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OMMC에 의한 불법 무기운송은 북한의 지속적인 무기 확산 활동의 핵심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제재의 내용보다는 시점이 주는 상징성과 함의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대북 추가제재 조치가 나온 이날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장관,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상원 외교위원회의 이란 핵 청문회가 열린 날이었다.

이는 이란과 북한 핵문제를 확실히 '차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메시지를 드러내려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핵포기 의사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온 이란에게는 손을 내밀겠지만, 핵-경제 동시개발이라는 '병진노선'을 고수하며 핵무장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는 '채찍'을 계속 가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케리 장관은 이날 공화당의 공세에 맞서 이란 핵합의를 적극 방어하면서 이란 핵과 북한 핵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케리 장관은 "핵무기를 만들고, 폭발시키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한 북한과 달리 이란은 이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가 제재조치가 25일께로 알려진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의 동북아 순방을 목전에 두고 이뤄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일러 특사의 이번 순방은 한·중·일을 상대로 이란 핵합의 이후 북핵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란처럼 새로운 대화와 협상의 길을 모색하느냐, 아니면 현행 압박기조를 유지해나가느냐는 '방향성'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이날 발표한 추가제재 조치는 현행 압박기조를 유지 또는 강화하는 쪽으로 대북정책 기조가 설정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북한이 이란 핵합의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은 이후 더욱 굳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21일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며 '우리는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놓자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 당장 대화할 계획이 없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제재조치가 올 하반기중 본격화될 추가 제재의 '예고편'의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추가 제재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올해 1월 소니픽처스 해킹사건과 관련한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간부 및 산하 기관과 단체들을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주목할 대목은 미국의 이 같은 대북 강경기조에 북한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이다.

북한이 현 오바마 행정부와는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대응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이 유리해지길 기다리는 '전략적 버티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북한이 올 하반기 중 추가 도발에 나서며 북·미간 기싸움을 시도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