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문화 어우러진 혁신산단 조성…근로자 삶의 질 개선
지난해 12월 공장으로 가득한 경기 안산 반월·시화공단에 ‘특급호텔’이 들어섰다. 호텔인터불고안산은 스위트룸, 패밀리룸 등 203개 객실과 250~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 및 콘퍼런스룸을 갖췄다. 김홍재 총지배인은 “투숙객의 90% 이상이 외국인 바이어 및 기술자”라며 “이전에는 머물 곳이 공단 근처 오래된 모텔과 관광호텔밖에 없어 업체들의 고충이 컸는데 이런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다”고 말했다.

‘3D 플레이스(place)’로 불렸던 산업단지가 ‘변신’하고 있다.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곳에서 깨끗하고(clean), 편리하고(convenient), 쾌적한(comfortable) ‘3C 플레이스’로 바뀌고 있다는 게 공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작업 환경도 개선되면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높아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산단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작년 3월부터 ‘산업단지 구조고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혁신산업단지로 지정한 반월·시화, 구미, 창원, 대불 등 4개 노후 공단을 리모델링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산단공은 생긴 지 20년이 넘은 17개 국가산업단지를 2017년까지 혁신단지로 지정해 개선할 계획이다.

혁신산업단지는 ‘젊은 층이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산단’을 뜻한다. 혁신산업단지 확산을 위해 모델이 될 만한 곳이 필요하다고 보고 4개 공단에 각각 1만㎡ 이상의 융복합 집적지를 조성하고 있다.

생산 연구개발 교육 복지시설 등이 함께 들어서는 것이 특징이다. 업종도 제조업에서 첨단산업 지식기반산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산단공은 지금까지 4개 시범단지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집적시설 건축(6건)과 지원시설 및 주거 확충(14건), 기반시설 정비(9건) 등 총 29개 사업을 진행했다. 문화시설도 늘렸다.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산단은 2011년 3개에서 지난해 12개로 증가했다. 산업단지에서 열린 문화예술공연도 2011~2014년 총 50회에 이른다.

특급호텔, 오피스텔, 24시간 어린이집…

반월·시화공단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모두 1만7000여개로, 기계 자동차 화학 분야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가 대부분이다. 회사 규모가 작은 데다 근무 여건도 좋지 않아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근무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호텔인터불고안산 인근에 있는 안산드림타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산단 내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형 오피스텔이다. 총 220실 규모다. 입주자의 70%가량이 20·30대다. 이들을 겨냥해 헬스장, 무인택배시스템, 편의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보증금과 임대료도 일반 오피스텔보다 낮게 정했다. 교통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내년에는 인근에 지하철 원곡역이 들어선다.

워킹맘을 위한 보육시설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잔업과 휴일근무가 잦았지만 17만여명이 일하는 반월산단 안에는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었다. 시화산단에도 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반월·시화산단 내 어린이집은 4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시립안산스마트허브어린이집’은 5세 이하 어린이 70명을 돌보고 있다. 최은옥 원장은 “근로자 대부분은 특근·교대근무 등으로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보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냄새 없는 ‘깨끗한’ 작업환경

작업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시화산단의 경우 도금을 하고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공장들은 생긴 지 오래돼 낡았다. 어둡고 화공약품 냄새가 심했다. 외국인 노동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산단공은 총 390여억원을 들여 이곳에 ‘스마트허브 P&P(Planting&PCB)센터’를 지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이곳은 첨단 집적화 공장 7개동과 지식산업센터 1개동으로 구성됐다. 공해 물질인 납을 사용하지 않고, 주석만으로 도금하는 방식을 활용해 화공약품 냄새를 없앴다.

인근 폐자재 소각 스팀을 활용해 전기료도 50% 이상 줄였다. 생산공장을 P&P센터로 옮긴 이강 화백엔지니어링 대표는 “폐열 공급을 받을 수 있어 전기료 부담이 줄었고, 깨끗한 작업환경 덕분에 근로자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경북 구미산단도 변신 중이다. 산단 안에 있는 36만㎡ 규모의 ‘구미산학연융합단지’가 변화의 중심지다. 공장 특유의 칙칙함이 없다. 잔디 정원과 축구장 등이 붙어 있어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예전 대우전자 부지였던 이곳은 1999년 이후 텅 빈 폐공장 터였다.

정부는 2010년 부지를 매입해 전자의료기기단지 조성을 시작했다. 체육시설도 지었다. 초정밀 금형과 그린에너지 전자의료기기 정보기술(IT) 융복합 등 첨단업체들이 연이어 들어섰다. 2년 새 70여개 중소기업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아이스링크 건설도 추진 중이다. 민간 대행사업 형태로 인근 오리온전기 부지(3만3000여㎡)를 활용해 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LED 전구로 비용도 줄여

최근 산단공은 산단 입주업체 공장 조명을 LED(발광다이오드)로 바꾸는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한국정책금융공사, SGI서울보증과 손을 잡았다.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17%(7만5110㎿h)를 차지하는 조명은 전력 절감을 위해 꼭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산단공은 2020년까지 에너지 절감 효율이 백열전구 대비 90%에 이르고, 수명이 10년 정도로 긴 LED 보급률을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강남훈 산단공 이사장은 “민간 금융을 적절히 활용해 LED 보급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설명회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쳐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