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김재경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왼쪽),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김재경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왼쪽),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법안 끼워팔기’와 이로 인한 국회 공전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여야 합의 없이는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어려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끼워넣기 정치’가 만성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여야는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를 열고 추경안을 심의했다. 새누리당은 21일까지 예산안 조정을 마치고 7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4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날짜를 못 박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만났지만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 외에 법인세 인상 여부가 막판 쟁점이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중 세입경정 예산 5조6000억원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세입 확충 방안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해 세입경정 예산을 편성하게 된 만큼 세입 확충 방안을 부대의견으로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 예산도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히나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추경의 취지에 역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세율을 내려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 규모를 키우면 세수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법인세 인상 반대 의사를 밝혀 새누리당은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또다시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발목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으로 제한하고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선 해당 상임위원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도록 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라도 소수당의 합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워졌다. 19대 국회에서는 여당의 중점 처리 법안에 대해 야당이 다른 법안의 ‘연계 처리’를 시도하면서 쟁점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에서는 새정치연합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 등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 결국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됐다.

지난해 1월에는 새누리당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새정치연합이 요구한 상설특검법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됐다. 경제활성화법 중 하나인 관광진흥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각각 최저임금법, 사회적경제기본법에 ‘패키지’로 묶인 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포기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추경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본예산은 일정 시점이 되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하는 ‘자동부의’ 조항의 적용을 받지만 추경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이 적기에 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