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 2분기에 수천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일부 해양플랜트 건조가 지연되면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2013년 30억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이 더딘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프로젝트를 수주할 당시 나이지리아 업체와 합작으로 FPSO 상부 구조의 상당 부분을 현지에서 제작하기로 계약했는데, 이 때문에 인도 기간이 더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인도 기간이 늦어지면 조선사들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손실을 예상해 5000억원의 공사손실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공사 지연이 계속되면서 손실 폭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발생한 손실을 2분기 실적에 대폭 반영할 경우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사업 공사 일부가 지연된 것은 사실”이라며 “2분기 실적 집계가 끝나지 않아 손실 발생 여부 및 규모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분기에 반영한 해양플랜트 손실 관련 충당금 규모가 실제보다 적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삼성중공업만 손실 규모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매 분기 흑자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에서만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미반영 손실을 2분기에 반영한다면 적자 폭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2.39% 하락한 1만4500원을 기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