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의 조건은 먼저 따뜻한 표정으로 환자를 대하고, `큰 귀`로 경청하는 것입니다. 이는 환자가 항상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이며 환자의 말만 잘 들어도 약 70%의 진단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명의가 되려면 환자에게 질병과 관련된 설명을 잘해야 하며, 발이 부지런해야 합니다"

"요즘 명의는 의사 자신의 역량뿐 아니라 환자가 인정하고 믿어줘야 만들어진다. 그러려면 환자와의 진정한 소통이 우선이다"

위는 인터넷에서 `명의의 조건`으로 검색한 후에 나오는 대표적인 글들을 인용한 것이다. 치료의 역량보다는 인간으로써의 됨됨이를 더 강조하는 것 같은 표현인데, 대체적으로 환자는 의사에게 실력은 당연하고 총체적으로 완성된 인격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가 딱 들어맞는 경우가 흔할까? 물론 다른 직업과는 달리 인간의 신체,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직업윤리라는 측면에서 엄정함이 많이 강조되지만 그렇다고 직업인으로서의 의사에게 성직자 수준의 인격을 갖추라고 강요하기도 어렵고 그럴 수 있다면야 아주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비난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의학 분야 뿐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이건 실력자들의 성격은 날카로운 면이 많고 경쟁적이며 성취의 욕구가 강하다. 따라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가 따뜻한 인간이 아닐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는 말이다. 따뜻한 인격이 명의의 필수 조건이라면 잘난 척하고 모난 성질을부리는 실력자 의사들 상당수는 명의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KBS 이충헌 의학전문 기자의 기사 `최고 명의의 조건은?` 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의학은 경험적인 학문입니다. 따라서 의사의 실력은 경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술은 타고난 손 기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수술을 했느냐에 따라 실력이 좌우됩니다. 일반적으로 수술기법이 절정에 오른다고 볼 수 있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사이의 외과의사가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의로 소개된 분들 중에는 이미 60대를 넘어선 분들도 가끔 있는데, 경험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절정의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 하겠죠. 내과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의학의 발전 속도로 볼 때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이미 5년 이상 지나간 내용이고, 최신 학술지에 실린 내용도 2-3년 전의 연구 성과이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최신지견을 따라 잡기 힘듭니다. 내과 분야 의사의 지식은 전문의 취득 후 약 5년간이 절정기입니다. 따라서 진료경험과 의학적 지식이 조화를 이루는 40대 초반에서 50대까지가 내과의사의 절정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문예춘추(文藝春秋) 잡지에서 명의의 조건(名?の?件)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후케타카시(富家 孝)선생의 글을 인용하면:

"내과계는 속성상 예전과 같은 청진기와 문진, 촉진으로 환자의 병명을 순식간에 맞히는 것과 같은 `명인`의 재주는 발휘되기 어렵게 되어있고 CT나 MRI같은 영상의 분석력과 판단력이 주로 요구된다. 따라서 현대인이 그리는 명의의 이미지는 외과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외과 의사의 경우는 야구로 말하면 출전 경기 수 (수술 증례 수)와 타율 (성공률) 등이 분명하다. 즉 `명의의 기준`이 아마추어도 알기 쉽다. 수술 증례 수가 많음은 높은 수술 성공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래 숙련된 외과의는 수술 의뢰 수가 많아 수술의 경험이 축적이 되고 따라서 온갖 수술상의 어려움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 수술 중의 해프닝에 대한 대응도 뛰어나게 된다.

수술 중 환자는 어떤 변화 무쌍한 상황이 전개될 지 모른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평소 단련된 손과 순간 판단력으로 승부하는 외과 의사의 수명은 그다지 길지 않다. 개인차는 있다고 해도, 의사의 심지 체(心技?)가 가장 충실한 시기는 대체로 35 ~ 55 세이다."

윗 글들을 종합해보면 인정의, 전문의, 대학교수, 방송출연, 학벌 및 연수 경험 등으로 치장한 이름 뿐인 유명의사가 아니라 진정한 명의를 찾는 환자들의 요구에 충실하려면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미국과 같이 수술 증례 수, 각 수술별 성공률 등을 검색해서 찾아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구축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가 생각하는 척추 명의에 대한 기준 역시 위에서 말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문진, 촉진, 영상 판독 그리고 수술로 이어지는 척추외과의 역시 부단한 진료와 수술 경험의 축적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며 그외 중요한 필요 조건이라면 뛰어난 동료의사로부터의 도움을 들 수 있겠다.

누구나 순간적인 판단 오류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 하기에 최종적인 결정 전 이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동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에 전지전능한 사람은 없다. 응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결정을 하기에 앞서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신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명의(名醫)의 조건(條件) 중 하나이다.



도움말=국제나은병원 정병주 병원장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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