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소공·잠실점, SK워커힐점…연간 매출 3조원

서울 시내 대기업 신규 면세점 두 자리의 주인공이 지난 10일 HDC신라(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와 한화갤러리아로 확정된 뒤 탈락한 국내 굴지 유통업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신세계·현대백화점은 모두 이번 대전을 치르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전담할 별도 법인까지 세워 둔 터라 올해 말로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부산 4개 면세점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관세법 개정에 따라 롯데·SK네트웍스·신세계 등 기존 서울·부산 시내 면세점 운영업체들의 '기득권'이 전혀 인정되지 않고 '완전 공개경쟁'으로 4곳 면세점 주인을 새로 뽑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서울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떨어진 모든 유통업체들에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 서울·부산 4개 면세점 재입찰 공고
관세청은 최근 "서울과 부산 시내 4개 면세점 운영 의사가 있는 업체들은 9월 25일까지 신청하라"고 공고했다.

이들 4개 면세점 특허권은 기존 면세점들의 특허권이 오는 11~12월 잇따라 만료되면서 자동으로 공개경쟁 대상으로 풀린 것들이다.

워커힐(SK네트웍스) 서울 면세점이 11월 16일,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이 12월 22일, 롯데면세점 서울 롯데월드점이 12월 31일, 신세계 부산 면세점이 12월 15일 차례대로 특허 기한이 끝난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으나 지난 2013년 관세법이 바뀌면서 롯데·SK 등 기존 업체도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지원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한다.

업계는 9월 25일 신청이 마감되면 늦어도 10월 말 또는 11월 초까지는 서울·부산 시내 4개 면세점의 주인공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롯데 "소공·잠실점 매출 2조6천억…놓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기존 특허가 풀리는 서울시내 3개 면세점의 경우 매출(작년기준)만 따져도 ▲ 롯데 소공점 2조원 ▲ 롯데 잠실 롯데월드점 6천억원 ▲ SK네트웍스 워커힐 3천억원 등 모두 약 3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불황에 허덕이는 유통업체들로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존 운영업체인 롯데와 SK는 기업의 사활을 걸고 영업권을 지켜야 하는 처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서울 소공점과 롯데월드점의 매출만 2조6천억원으로,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처럼 오는 9~10월 펼쳐질 경쟁에 기업의 존립, 생존 자체가 걸려 있는만큼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앞으로 사업계획서 등에서 지난 1979년 소공점, 1988년 롯데월드점을 개장한 뒤 무려 35년이나 면세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 없는 시행착오와 차별화 노력을 통해 국내 면세시장을 현재 수준까지 키워왔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아직 이번 입찰에서 신청 가능한 중복 특허권의 개수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롯데는 기존 면세점 두 곳을 지키기 위해 최소 2개 이상의 특허권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롯데도 '검증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소공점·롯데월드점을 빼앗기 위한 경쟁사들의 '집중포화'를 어느 정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가 이미 면세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한데다 올해 초에도 잇따라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를 거둔만큼, 경쟁사들이 '가을 대전'의 초점을 '독점 논란'에 맞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는 2월 11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매장의 절반을 휩쓸며 사실상 '대승'을 거뒀고, 곧바로 같은 달 27일 제주시내 면세점 운영권도 가져갔다.

서귀포 롯데면세점의 특허가 3월 21일자로 만료돼 제주도내 면세점 특허권 하나를 공개 입찰에 부쳤는데, 결국 제주시로 자리를 바꿔 신청한 롯데에 다시 특허권이 돌아간 것이다.

지난 10일 끝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유치전에 사실상 롯데가 '사활을 걸고' 달려들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독점 논란을 피하고 '가을 대전'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시장 50% 독점' 논란에 대해 "기본적으로 현재 면세점 매출의 70~80%가 외국인을 통해 발생하는 '수출산업'인데다 그동안 수 십개 업체가 시장경쟁을 통해 도태되는 과정에서 점유율이 높아진만큼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신세계·현대백화점 재도전할 듯
업계는 롯데와 SK의 가장 강력한 잠재 경쟁자로 이번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1차 대전에서도 맞붙어 함께 떨어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두 곳을 포함한 유통 대기업들은 아직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공식적으로는 '2차 대전'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아직 신규 면세점 유치전에서 탈락한지 채 몇 일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계획 등에 대해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역시 이번에 고배를 마신 이랜드 관계자 역시 "유치 성공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무턱대고 또 참여하기에는 회사 입장에서 '소모전'의 대가가 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적어도 신세계의 경우 재도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롯데면세점 등의 운영 역량이 이미 입증된 상태라, 다른 업체들이 너도나도 만료된 특허를 차지하겠다고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신세계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주요 신규 사업의 하나로 면세점을 타킷으로 삼은만큼,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면세점을 주축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 아래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했고,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2월에는 마침내 '숙원'이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도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처음 선정된 뒤 "우리는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등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유통 전문기업이기 때문에 역량은 가장 앞서 있다"며 "신세계는 면세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면세사업과 지역관광을 연계, 지역경제와 중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