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들었지만 패션업계는 이미 가을·겨울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코치’가 포문을 열었다. 코치는 지난 8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올가을·겨울 신상품 공개 행사에서 1991년작 영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에서 영감을 얻은 신제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1990년대 광활한 미국의 풍경 속에서 청춘의 로맨스와 방황을 담아낸 이 영화처럼, 미국적 분위기를 담아낸 감성적인 옷을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코치는 여성 컬렉션에서 미국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개성과 더불어 터프함, 여성스러움 등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록 펑크 스타일을 선보였다. 양털이 의상은 물론 부츠, 가방 등에 다양하게 적용된 점이 눈에 띄었다. 포근한 느낌이 매력인 양털은 천연모임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쓰임새가 다양한 실용적 소재로 꼽힌다.

노마드(Nomad) 원티드(Wanted) 러키(Lucky) 등의 문구를 가방 등에 과감하게 프린트했고, 성조기와 같은 미국의 상징을 두건이나 스카프 위에 옮겨내기도 했다. 원피스에는 립 앤드 리페어(Rip&Repair) 기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이 기법은 야구공이나 글러브처럼 가죽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다양한 소재와 천 조각이 연결됨으로써 핸드메이드(수가공)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게 된다.

가방으로는 아치형 실루엣이 돋보이는 ‘섀도 크로스바디’가 전면에 실밥을 드러내는 특이한 장식으로 주목받았다. 올봄 처음 선보여 많은 인기를 누렸던 ‘스웨거’ 백은 새로운 색상과 실루엣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노랑 검정 아이보리의 감각적인 색상과 더불어 가방 끈에 반짝이는 체인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뉴욕 특유의 우아한 느낌을 살렸다. 남성 가방으로는 최근 인기를 누렸던 캠퍼스 백팩과 더플백이 색상을 변형해 새롭게 선보였다.

코치가 일러스트레이터 게리 베이스만과 함께 만든 ‘코치 X 베이스먼 컬렉션’에서는 표범 무늬를 강조한 ‘와일드 비스트’를 주제로 삼았다. 가방부터 모자 머플러 장갑 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됐으며 남성용 제품에는 카키색을 입혀 독특한 카무플라주 패턴(군복 무늬)으로 변신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X세대의 감성을 담아냈다는 ‘플레이드 컬렉션’에서는 당시 인기를 끌었던 빨강과 검정 색상을 활용한 외투, 백팩, 스카프 등을 선보였다. 어떤 옷과 함께 입어도 팝 아트를 보는 듯한 개성 있는 느낌을 살려주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