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협상안 수용 '반대' 결과가 나오자 세계 각국의 좌파 정권들이 앞다퉈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러시아, 쿠바 등 과거 공산주의 주요 국가들이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에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면서 40년 만에 냉전 구도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에 가장 공을 들이는 국가는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그리스 국민에게 지지를 보냈다.

두 정상은 이어 러시아와 그리스의 협력 강화에 관한 몇몇 문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부터 그리스가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을 떠난다면 러시아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다고 암시해왔다고 포린폴리시(FP)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그리스를 통과하는 천연가스관 설치 방안을 제시했고 러시아 기업들이 그리스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왔다.

모두 그리스의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다.

치프라스 총리도 지난달 러시아에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그리스 사태를 논의하기도 했다.

피델 카스트로(88)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이날 치프라스 총리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리스 총리실에 따르면 카스트로 전 의장은 서한을 보내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훌륭한 정치적 승리"라고 축하했다.

또 "국민투표 승리 소식을 열심히 챙겨봤다"며 "남미와 카리브해 국민들은 외부의 침략에 맞서 정체성과 문화를 지킨 그리스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 말미에 치프라스 총리를 '존경하는 동지'라고 지칭해 연대의식을 밝히며 편지를 끝맺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도 축하의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전통적인 공산주의 국가 이외에 유럽지역의 신흥 좌파 정당들도 치프라스 총리를 치켜세웠다.

스페인의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Podemos)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시민이 압도적으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주장 정당인 '5성 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이것이 직접 민주주의"라면서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로 협상안 수용을 결정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그리스가 미국의 우방인 독일 등 유럽 각국과 각을 세우는 반면에 러시아, 쿠바 등 냉전 시기 주요 적국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보이면서 신냉전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그간 그리스 사태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던 미국도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부랴부랴 입장을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그리스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혁안에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도록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