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빌라를 여러 채 구입하기 위해 명의를 빌려줄 사람을 찾다가 2012년 이모씨를 만났다. 이씨는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김씨로부터 한 채당 100만원을 받기로 했다.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이씨는 “김씨가 내 인감도장을 활용해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는 허위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문서 위조 등으로 징역을 살 뻔했던 김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용증이 위조된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내놔 처벌을 면했다. 무고죄로 여러 번 벌을 받은 이씨는 다시 같은 죄로 기소됐다. 이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아니면 말고"…무고사범 갈수록 는다
거짓을 꾸며 고소·고발하는 무고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대검찰청 통계를 집계한 결과 검찰과 경찰이 접수한 무고 사건은 2007년 3274건, 2009년 3580건, 2011년 4374건, 2013년 4372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무고죄 처벌은 대부분이 징역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난다.

황만성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무고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624명을 살펴본 결과 자유형 집행유예 406명(65.1%), 벌금형 134명(21.5%)이었다. 실형 선고는 80명(12.8%)에 그쳤다. 대법원의 무고죄 양형기준이 적용된 2009년 7월 이후에 기소돼 2010년 12월31일 전에 판결이 나온 1심을 분석한 결과다.

무고는 양 당사자가 감정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자주 나온다. 무차별 민·형사 맞소송전을 하다가 상대를 무고하는 게 대표적이다.

박모씨는 2012년 “공갈 협박을 해 1811만원을 갈취했다”고 최모씨를 고소했다. 당시 최씨는 제3의 인물인 주모씨를 사기죄로 고소해 주씨가 수감된 상태였다. 이에 주씨와 가까이 지내던 박씨가 앙갚음을 해준다며 없는 사실을 꾸며내 최씨를 고소한 것이다. 박씨는 무고죄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치정도 무고죄가 자주 등장하는 분야다. 선모씨는 애인이던 윤모씨와 신용카드 사용 문제로 다투고 헤어졌다. 선씨는 “윤씨가 차량을 빌려간 뒤 돌려주지 않고 무단으로 자신의 명의로 이전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명의 이전은 선씨와 윤씨가 만나던 시절 두 사람 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선씨는 무고죄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받았다.

일부 전문가는 “법원이 무고죄 양형을 가볍게 해 사건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무고는 기본 범위가 징역 6월~2년이다. 한 검사는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도록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승권 변호사는 “정당한 고소도 증거가 부족하면 무고죄로 몰릴 수 있다”며 “무고죄 형량을 높이면 이를 우려해 정당한 고소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