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준비, 배우자와 '재무 대화'부터 시작하라"
“당신은 배우자와 재무대화를 잘하십니까?”

생애재무설계 강의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의 동반자로서 배우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동반자와 재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잘 나누냐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다. “그 사람(배우자)이 알아서 잘 관리할 것”이라는 무관심과 “돈 문제로 얘기하다 보면 자꾸 다투게 된다”는 갈등 회피가 부부 재무대화를 가로막는 이유다.

부부 재무대화에 서툰 사람은 자신의 유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유형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기혼남녀 1000명(만 25~54세)을 대상으로 조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부 재무대화 유형이 다섯 가지로 구분됐다. 첫 번째 유형은 ‘재무 상황에 대해 대화하지만, 갈등이 있는 부부’로 11.7%였다. 두 번째 유형은 ‘재무대화를 하고, 갈등이 없으며, 서로에게 돈 문제에 대해 솔직한 부부’로 14.3%였다. 대화도 하고, 갈등도 없고, 솔직하니 그야말로 ‘모범적인 부부’다. 세 번째 유형은 ‘재무대화를 하고, 갈등이 없지만, 서로에게 돈 문제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부부’로 34%에 달했다. 이들은 ‘배우자 모르게’ △비자금을 만들거나 △값비싼 물건을 구입하거나 △주식·펀드 등에 투자하거나 △빚을 지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부모형제, 친지에게 돈을 주는 것 가운데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솔직하지 못하다고 정의했다.

네 번째 유형은 ‘재무대화를 하지 않고, 갈등이 있는 부부’로 8.8%였다. 갈등이 있어도 대화를 하지 않으니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경우다. 다섯 번째 ‘재무대화를 하지 않고, 갈등도 없는 부부’로 31.2%에 달했다. 갈등이 없으니 양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무대화가 없는 채로 갈등이 없다는 것은 ‘너는 너, 나는 나’ 식으로 살아가는 경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유형별 해결책은 무엇인가. 모범적인 두 번째 유형의 부부는 지금처럼만 살아가면 된다. 첫 번째 유형은 대화방법을 바꿔야 하고, 갈등의 원인을 파악해서 대처해야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실성 있는 고백과 사과를 해야 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유형은 재무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재무대화를 하는 날부터 정해보자.

이 조사 결과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인생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생애재무설계 컨설팅을 이용해본 사람 비중이다. 재무대화를 하는 비중이 30% 안팎이었다. 이에 비해 재무대화를 하지 않는 부부가 15%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부부끼리 재무적 의사소통이 활발해야 재무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배우자와 재무문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조언도 참고해서 100세 시대 준비를 시작하자.

장경영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