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4일(현지시간) 유럽의 분열은 위험하다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반대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여왕은 사흘간의 독일 국빈방문 공식일정 첫날인 이날 독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 연설을 통해 "영국은 항상 대륙과 밀접히 연관돼 왔다"면서 "우리의 주된 초점이 세계의 다른 곳에 맞춰져 있을 때에도 우리 국민은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왕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한 이 연설에서 자신과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일생에 걸쳐 우리 대륙의 최악과 최선을 목격했다"며 전후 세계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왕은 이어 "우리는 유럽의 분열은 위험하며 우리 대륙의 동부와 서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왕은 독일과의 관계와 관련, 전쟁 이후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의 가장 강력한 우방의 하나로 양국이 협력을 통해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지적한 뒤 양국의 협력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가우크 대통령도 여왕의 연설에 이은 환영 연설에서 캐머런 총리에게 "EU는 영국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면서 영국의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EU 잔류 찬성표를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왕의 이러한 연설내용에 대해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온 여왕이 영국 국민에게 국민투표에서 EU 잔류 찬성표를 던지도록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왕이 브렉시트 논쟁에 가세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영국 왕실은 여왕의 연설은 정치적 조직체가 아닌 국가들의 집단으로서 유럽에 관해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왕실의 한 소식통은 "여왕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국빈방문을 수행 중이며 국빈방문 중 활동 역시 정부 권고에 따른 것으로 연설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왕은 이 연설에서 민감한 주제인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대학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독일 체류 마지낙 날인 26일 베르겐-벨젠 나치 강제 집단수용소를 찾을 예정인 여왕은 수용소 방문이 "우리 국가들간의 완벽한 화해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