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 김준수 금속성 고음 전율…홍광호 중저음 '무대 장악'
지난 2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데스노트(death note)’는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배우와 의상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초연한 오리지널 ‘데스노트’와는 격이 달랐다.

음악과 드라마, 무대세트와 장치는 일본 초연과 거의 똑같다. 우연히 주운 데스노트를 이용해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명탐정 엘(L)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세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장 큰 차이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던 일본 배우들의 불안정한 고음과 엔카풍 창법이 간곳없다는 점이다. 주역 배우들의 존재감이 달랐다. 라이토 역을 맡은 홍광호의 묵직한 중저음 목소리와 엘 역 김준수 특유의 메탈릭한 고음이 무대를 휘어잡았다.

홍광호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던 라이토가 광기에 취해 폭발하는 모습 등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구부정한 어깨, 치켜뜬 눈으로 무대를 배회하며 등장하는 김준수는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엘 특유의 몸짓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 ‘정의는 어디에’는 극의 백미다. 폭발적인 고음을 뿜어내는 홍광호와 가쁜 호흡을 이용한 발성으로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김준수의 가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 공연에선 밋밋하게 흘러갔던 ‘테니스 대결 장면’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다만 두 사람의 대립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보는 사람에 따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줄 법하다.

장편만화 12권 분량을 2시간20여분의 드라마로 압축하다보니 다소 부족한 개연성은 배우들의 가창력이 보완한다. 정선아(미사)와 박혜나(렘)는 호소력 짙은 노래와 연기로 극적 설명이 불충분한 사랑의 간극을 채운다. 8월15일까지, 5만~14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