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작년 매출 1조174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한국 제약업계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은 유한양행이 처음이었다.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그동안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기업은 없었다. 한국 시장 규모가 16조~17조원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 한 곳의 매출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작은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긴 유한양행은 기초체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글로벌 선진 제약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유한양행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미래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성장 속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가장 기대를 거는 분야는 원료의약품(API) 시장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체 중 핵심 원료의약품 수출 분야의 강자로 손꼽힌다. 항바이러스제 분야에서는 국제적 신뢰와 인지도가 매우 높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기업에 C형 간염치료제 등의 전임상 및 임상용 원료의약품과 핵심중간체를 공급하고 있다. 에이즈치료제, 페니실린제제 등의 원료의약품도 국제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제약사에 이런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최고 수준의 원료합성 역량 등 우수한 연구개발 능력과 세계적 수준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양산과 의약품 허가, 승인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관련 업계는 평가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품질적합인증(CEP), 호주 의약품관리국(TG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엄격한 승인조건을 갖춘 원료합성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단순 원료 공급업체가 아닌 ‘파트너’로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을 대상으로 의약품 생산대행 전문기업(CMO)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유한양행이 세계적 제약사들과 신약 개발단계부터 파트너십을 형성해 공정 개발과 최적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