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피지수가 16일 만에 2080선을 회복했다.
그리스 채무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기대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검토 소식이 맞물리며 지수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증시를 짙눌러온 조정 요인들이 하나 둘씩 진정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그리스 협상 타결 임박…글로벌 증시 급등
이날 지수는 16.14포인트 오른 2071.30으로 출발한 뒤 오전 한때 장중 2080선을 돌파했다. 오후 들어서도 2070선 후반에서 강세를 지속하다 장 막판 상승세를 키워 2081.20으로 마감했다.
지수 상승의 재료가 된 건 그리스 사태에 대한 낙관론. 이날 유럽연합(EU) 채권단은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제안한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번 주 후반에 합의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만난 뒤 "이번 주에 그리스와 합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2~3일동안 그리스 협상안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25일 유로그룹 회의를 열거 최종 협상안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를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그리스 아테네 증시의 ASE 지수는 9% 급등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가 합의에 도달할 경우 악재 해소에 따른 주가 반등 탄력이 강해질 수 있다"며 "이익 모멘텀이 있는 업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지수 상승에 보탬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 규모가 11조5000억원에서 16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20조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 삼성그룹株 동반 강세…삼성전자 3% 넘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1443억원 어치를 담아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6일 연속 매도를 이어갔지만 매도 규모는 11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개인도 1186억원 어치를 팔았다.
대부분의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은행(3.19%), 증권(2.87%), 통신(2.43%) 등이 눈에 띄게 올랐다. 의약(0.26%), 전기가스(0.06%) 등은 소폭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는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3% 넘게 올라 11일 만에 130만원대를 회복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 삼성물산 등도 3~5%씩 뛰었다. 호텔신라는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기대감에 7% 이상 올랐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초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큰 고통을 드렸다"며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장중 한때 740선을 넘었다가 상승폭을 다소 줄여 739. 82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중 최고치이자 2007년 12월 이후 7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1996년 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201조320억원)했다.
개인이 320억원 어치를 매수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10억원, 67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대표이사 대상 유상증자를 발표한 신후가 상한가까지 올랐다. 신라에스지와 옴니시스템, 제일제강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80원(0.53%)오른 1104.60원에 거래됐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