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면에서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누그러진 점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달러화 약세 환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고 '그리스 사태'의 결과도 원화 가치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22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다른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원화 가치의 상대적 강세 흐름은 서서히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강세는 탄력을 받았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이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강달러 현상에 더욱 힘이 실렸다.

달러 강세가 주요국 통화 약세의 공통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국 원화에만 특별한 영향을 주는 재료는 아니다.

오히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 엔화 약세의 심화로 한국 수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엔저로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원화 가치의 상대적 강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점점 누그러졌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달러 강세 속에 1,100원대로 상승했고, 3월 중순에는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 영향 등으로 1,13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조정을 받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펼쳐진 원화 약세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수준에서 거래가 마무리됐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라 추가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최근 마련되는 점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FOMC 정례회의가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성향)로 해석되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인상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지만 인상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FOMC의 성명 발표 이후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FOMC 영향으로 지난달 22일 이후 3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완만한 속도로 이뤄지고 아직 첫 번째 금리 인상을 위한 여러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한 만큼 비둘기파로 평가된다"며 "당분간 약달러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부채 협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할 수 있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과 지난 5개월간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했지만 아직 타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최근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긴급 정상회의가 양측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그리스 부채협상 실패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고조되면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는 급등할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와 신흥 통화들의 약세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번에 디폴트를 피한다 하더라도 7∼8월 그리스의 부채 만기가 집중돼 있는데다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이 이어져 그리스 문제는 잠재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