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의 ‘카페베네 커피&베이글’ 매장에서 손님들이 베이글과 음료를 즐기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서울 잠원동의 ‘카페베네 커피&베이글’ 매장에서 손님들이 베이글과 음료를 즐기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서울 서초구 잠원동 14차 신반포아파트 앞 상가 건물에 최근 동네 명소가 된 카페가 있다. 간판에는 ‘카페베네 커피&베이글’이라고 씌어 있다. 세련된 미시족과 젊은 아가씨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는데 모두 베이글 메뉴를 먹고 있다. 이 가게는 베이글과 커피, 음료,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다. 기존 카페와 다른 점은 다양한 베이글 메뉴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66㎡(약 20평) 규모인 이 가게의 월 매출은 3600만원이다. 조윤정 점장(27)은 “한국에서는 베이글 카페가 이제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뉴욕 여행을 다녀온 손님들이 반가워한다”고 말했다.

◆베이글카페는 역동적 미국 스타일

‘카페베네 커피&베이글’은 카페베네가 기존 브랜드를 새롭게 리뉴얼해 선보인 매장이다. 경쟁이 심해진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새로운 개념의 매장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의 카페베네가 여유로운 느낌의 유럽풍을 추구했다면 이번에 선보인 매장은 활기와 역동성을 지닌 미국 스타일의 카페다.

이 매장에서는 주문 즉시 베이글빵을 구워주는데 다양한 베이글빵과 크림치즈의 조합으로 총 126가지 베이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김건동 카페베네 이사는 “베이글은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팔릴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는 것이 미국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상품성과 다양성을 갖출 수 있다면 베이글카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수가 300개를 훌쩍 넘어섰다. 레드오션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창업 희망자들 사이에서 커피전문점은 가장 선호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의 ‘국내 커피 수입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수입액은 5억9400만달러, 수입물량은 13만9000t으로 각각 18.3%와 1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추세가 멈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커피전문점의 인기는 카페가 주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커피전문점과 디저트를 결합한 개념의 카페형 매장이 매출을 올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디저트카페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한 가지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저트 카페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빙수카페처럼 매출이 하절기에만 집중되는 카페는 비수기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와 디저트 메뉴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사계절 내내 고르게 매출이 일어나는 메뉴를 접목하는 것이 좋다.

◆비수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등장

빙수카페와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메뉴가 바로 베이글이다. ‘뉴욕베이글’ ‘머레이베이글’ ‘베이글카페’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비롯해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근처의 ‘퀸즈베이글’, 서울 쌍문동 덕성여대 근처의 ‘히피스베이글’ 등 동네상권의 베이글 맛집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베이글카페의 베이글빵은 기존의 딱딱하고 질긴 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지닌 빵을 제공한다. 베이글빵의 종류도 보통 7종 이상이며 빵의 속재료로 들어가는 것도 열 가지가 넘는다. 크림치즈, 고기, 햄, 야채 등 다양한 속재료가 경쟁력인 셈이다. 베이글카페는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햄버거전문점, 샌드위치전문점과 경쟁점 구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글은 유대인이 약 2000년 전부터 아이들에게 먹였던 음식이다. 밀가루, 이스트, 소금만을 적절하게 혼합해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구워서 만든 빵이다. 베이글은 달걀, 우유, 버터, 설탕 등을 첨가하지 않아 지방과 당분이 적다. 도넛과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아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칼로리 음식이다. 소화가 잘돼 뉴요커들의 아침식사 1위 메뉴인 웰빙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창업학 박사)은 “도심상권과 동네상권에 동시다발적으로 베이글카페가 등장하는 것은 미국 식음료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외식 시장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