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새벽을 그리다…김성호 씨 개인전
회색 빛줄기가 도심의 하늘과 건물 사이로 마술처럼 번지며 새벽을 가른다. 퍼지는 빛줄기가 건물에 일렁이나 싶더니 파란 기운으로 바뀐다. 도시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막 잠에서 깨어난 듯 화면에서 맴돈다. 서양화가 김성호 씨(53)의 작품 ‘새벽-남산에서 본 명동’(사진)이다.

1989년부터 한결같이 도시 야경을 그려 온 김씨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영남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분방한 필치의 감각적인 붓 터치로 여명의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역동적으로 묘사해 왔다. 하늘 위에서 보는 듯한 부감법을 적용한 색다른 기법 때문인지 그의 새벽 풍경화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빛으로 그린 새벽’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도심 인근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쓸쓸한 야경이나 큰 길, 고즈넉한 건물 등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근작 30여점을 걸었다.

김씨는 강력하게 흐르는 빛줄기에 시간을 겹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의 ‘새벽’ 시리즈는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야경에 시간의 흐름과 빛을 대비시켜 촉촉한 미감을 담아낸 작품이다. 검정, 파랑, 노랑, 회색 등 다양한 색으로 풍경을 스케치한 다음 빛줄기와 시간의 빠른 템포를 잡아내 현대인의 정서를 자극한다.

중첩된 굵은 선묘와 대범한 구성, 감각적이면서 자유분방한 필치도 그의 그림에 빨려들게 하는 요소다.

김씨는 “빛을 품은 새벽, 평화로움과 고요함, 빛의 역동성과 분주함을 담았다”며 “나만의 독특한 해석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