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글로벌 은행 겁내는 한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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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국내 기업들이 ‘감히’ 글로벌 대형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환율 조작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관계자는 이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륙아주는 국내 기업들을 대리해 이르면 다음달 영국 법원에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대형은행 11곳을 상대로 소송할 계획이다. 이들 은행은 영국 런던외환시장에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유로·달러 거래의 기준이 되는 고시환율인 ‘ECB 픽스’와 ‘WM 로이터 픽스’를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담합·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여덟 개 중소기업만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내 피해 기업이 수백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소수다. 키코 등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된 은행들과 외환거래를 한 기업이면 모두 소송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피해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소송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부터 약 9000억원의 배상을 받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은 여덟 개 중소기업 외에는 소송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대륙아주가 소송에서 이길 때까지 별도의 법률자문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성공보수’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향후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송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은 비즈니스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묻는데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불법 피해에 대해 소송하지 않으면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환율 조작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진으로 따지면 진도 10 규모의 충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초대형 금융사건이다. 글로벌 대형은행들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이들이 언제 다시 국내 기업들을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삼을지 모를 일이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환율 조작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관계자는 이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륙아주는 국내 기업들을 대리해 이르면 다음달 영국 법원에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대형은행 11곳을 상대로 소송할 계획이다. 이들 은행은 영국 런던외환시장에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유로·달러 거래의 기준이 되는 고시환율인 ‘ECB 픽스’와 ‘WM 로이터 픽스’를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담합·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여덟 개 중소기업만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내 피해 기업이 수백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소수다. 키코 등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된 은행들과 외환거래를 한 기업이면 모두 소송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피해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소송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부터 약 9000억원의 배상을 받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은 여덟 개 중소기업 외에는 소송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대륙아주가 소송에서 이길 때까지 별도의 법률자문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성공보수’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향후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송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은 비즈니스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묻는데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불법 피해에 대해 소송하지 않으면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환율 조작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진으로 따지면 진도 10 규모의 충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초대형 금융사건이다. 글로벌 대형은행들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이들이 언제 다시 국내 기업들을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삼을지 모를 일이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