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만 3.3%로 변화 없어…수출·수입 증가율 곤두박질
민간소비증가율 4.8→1.8%…"유동성 흐름 경로 정비 시급"
돈 푼 선진국 빠른 회복
양적 완화 등 통화정책 펼친 美·獨·日, 지표 개선 뚜렷
◆한국은 실업률만 현상유지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주요국 경기회복 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준으로 세계 주요 8개국의 거시지표 변화를 분석했다. 거시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8개 지표를 선정한 뒤 2006년과 2007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상승률) 평균과 2013년과 2014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 평균을 각각 비교했다. 8개 지표는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민간소비, 실업률, 투자(총고정자산 형성), 수출, 수입, 주가지수, 주택가격 등이다.
두 기간 한국의 경제지표를 비교하면 실업률만 3.3%로 같았을 뿐 나머지 7개 지표는 현격히 악화했다. 성장률은 5.3%에서 3.1%로 떨어졌다. 투자 증가율은 4.3%에서 3.2%로 둔화됐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4.8%에서 1.8%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수출과 수입 증가율도 14.3%와 16.9%에서 2.2%와 0.6%로 각각 곤두박질쳤다.
자산시장도 활력을 잃었다. 2006년과 2007년 평균 26.4% 올랐던 주가지수(코스피지수)는 2013년과 2014년엔 평균 1.3%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7.6%에서 0.5%로 내려갔다.
김윤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형태로 시중에 유동성을 풀었지만 수요자에게까지 돈이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돈의 유통경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
한국과 달리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은 양적 완화를 통해 투자부문과 자산시장에서 성장세를 회복했다. 8개 거시지표 중 성장률과 투자, 주가지수, 주택 가격 등 4개 지표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개선됐다. 비교 대상 8개국 중 회복된 지표 수 기준으로 1위였다. 살아난 금융시장이 실물 경제를 견인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평가다.
일본도 팽창적 통화정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두 기간을 비교하면 주가지수 상승률이 16.8%에서 31.1%로 뛰어올랐다. 투자 증가율도 0.9%에서 2.9%로 높아졌다. 실업률은 4%에서 3.8%로 하락해 8개 지표 중 3개가 호전됐다. 독일은 실업률과 소비, 주택가격 등 3개 지표가 개선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양적 완화 정책 덕분이었다.
대만은 8개국 중 유일하게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모두 올랐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1개 지표에서만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의 투자 증가율은 4.3%에서 5.6%로, 싱가포르의 실업률은 2.4%에서 1.9%로 각각 개선됐다. 한국은 회복세를 보인 지표가 단 하나도 없었다. 실업률에서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나머지 7개 지표에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의 부진은 성장률에서도 나타났다. 2013년과 2014년의 성장률이 2006년과 2007년에 비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보여주는 성장률 표준화 지수를 한국에 적용하면 -0.18이다. 1이 가장 높고 0보다 아래면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의 성장률 표준화 지수는 8개국 중 7위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