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수술도 응급상황 외엔 모두 중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전파의 2차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병원을 일시적으로 부분 폐쇄하는 조치를 꺼내들었다.

삼성서울병원은 13일 밤 11시 메르스 총력대응을 위해 병원 폐쇄조치에 준하는 부분 폐쇄의 특단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4일부터 이 병원의 외래 및 입원, 응급실 진료가 전면 제한될 예정이다. 수술 역시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중단한다.

병원 측은 응급환자의 진료도 일시 중단하고 입원환자를 찾는 모든 방문객을 제한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감염된 모든 메르스 환자의 진료를 끝까지 책임지는 한편 137번 환자의 노출자를 파악하고 격리하기 위해 보건당국 역학조사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런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민관합동태스크포스(TF) 즉각대응팀이 이날 삼성서울병원 이송직원의 확진으로 메르스 재확산이 우려된다며 병원 측에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확산 고리 여기서 끊겠다” 의지 밝혀

앞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를 확산 시킨 감염자는 30대 남성인 14번째 확진자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뒤 3일을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동안 14번째 감염자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 800명은 모두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당시 병원 측은 감염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병원명 공개에 대한 거센 여론에도 불구, 메르스 발생 20여일 만에 병원명을 공개한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측은 “삼성서울병원이 진원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 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했던 환자가 병원에 왔지만 의료진들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응급실에 방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 측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메르스 확산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서 메르스와 직결되는 폐렴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지만 메르스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이 있기 전까지는 역학조사나 대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며칠새 삼성서울병원의 상황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다가 다시 늘어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이 아닌 외래환자도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기 전염이나 4차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4차감염의 우려가 매우 커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면서 병원 측에서 최종 결정(부분폐쇄)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의료진들은 밤낮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지금으로선 병원 폐쇄로 확진환자를 줄여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1994년 병원 설립 이후 첫 폐쇄 ‘불명예’

이번 병원 부분폐쇄로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고를 지향하는 일류병원’이라는 명성에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대기업 최초 병원인 서울아산병원(1989년)보다 5년 늦게 출발했다. 현대의 아산병원이 무엇이든 ‘최대’를 추구했다면 삼성은 ‘최초’로 승부를 걸었다. 병원이름으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택한 아산병원과 달리 삼성병원은 그룹명을 그대로 붙인 국내 첫 사례였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말이 있듯 국내 의료문화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개원 당시 간호사들에게 보라색 꽃무늬 의상을 입게 해 ‘하얀 의복=간호사’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의료술 향상과 함께 ‘병원도 서비스’란 마인드를 우리 의료계에 심어줬다. ‘아산은 수술, 삼성은 서비스’란 초창기 평가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은 결과적으로 이름값을 못하는 병원이 됐다. 확진환자의 절반 가량이 이 병원에서 나온 데 대한 의아함이 발단이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 의원들이 ‘부실대처’를 따지자 이 병원 과장이 “(우리가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 응대해 부정적 여론을 자초했다. “삼성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는 비아냥 섞인 분석에서부터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병원이 무슨 책임인가. 죽기살기로 감염 막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라는 말까지 각종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삼성병원도 병원 내 감염에 취약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가 병원 부분폐쇄를 가져왔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