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중 1명 '잠복결핵자'…면역력 떨어지는 순간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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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끝나지 않은 메르스 공포…감염질환과의 전쟁
끝나지 않은 메르스 공포…감염질환과의 전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각종 감염질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고열이 있거나 기침만 해도 혹시 감염된 것은 아닌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변 분위기 탓이다. 공포(fear)와 메르스의 합성어인 ‘피어르스’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감염질환은 심혈관질환에 이어 세계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이다. 그러나 인간이 세균·바이러스 등 미생물과 공존하는 한 감염질환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흔하게 걸리지만 치료가 잘 안되는 감염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다시 창궐하는 결핵
가장 대표적인 중증호흡기질환으로는 결핵을 꼽을 수 있다. 기침이 주요 증상이지만 객혈(피를 토하는 것), 흉통, 발열,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한국에서 메르스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잠복바이러스 질환은 결핵”이라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뿐만 아니라 다제내성결핵(치료약에 내성이 생기는 결핵) 환자 비율이 1등”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어 “결핵은 공기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전염병”이라며 “국내에서 2013년 기준 3만6089명의 환자가 진단됐고, 1년간 2466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 증상도 유발하지 않고 잠복상태에 있는 결핵균을 없애기 위해 9개월 이상 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잠복결핵에 감염된 사람이 전 국민의 30%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김양리 의정부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다제내성균(여러 가지 항생제를 써서 내성이 생긴 세균)에 의한 결핵이 늘어나 약이 잘 안 듣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메르스의 대표적 합병증 ‘폐렴’
폐렴은 항생제가 비교적 잘 듣는 편이다. 하지만 폐렴은 고령, 중증 만성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잘 생기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이들은 병을 이겨낼 힘이 없어 폐렴으로 사망하기 쉽다. 실제로 국내 입원환자 사망률 1위가 폐렴이다.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리에 종기가 나면 곪은 곳을 도려내 치료할 수 있지만 폐는 잘라낼 수 없어 치료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폐렴으로 폐기능이 떨어지면 호흡이 잘 안 돼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인공호흡기 등의 장치를 하다 보면 또 다른 감염 위험이 생긴다.
최근 몇 년 새 환자가 늘고 있는 장염도 무시해선 안 된다. 유발인자가 노로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해 약을 만들기 어렵다. 다행히 이들 질환은 치명적이지는 않다. 대개 1~2주면 저절로 면역계에 의해 바이러스가 퇴치되고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치료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 바이러스가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음식과 함께 몸 안으로 들어오면 위(胃)와 장(腸)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0~2014년) 식중독의 절반(49%)가량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생겼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48시간 동안 잠복기를 거친 뒤 설사·구토·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똑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탈이 나고 어떤 사람은 탈이 안 나는 이유가 면역력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과민성장증후군·대장염이 있어 평소 배탈이 잘 나는 사람이나 간 질환자는 장 점막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개인위생 지켜야 감염질환 예방
감염질환을 막으려면 위생 관리와 면역력 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특정 병원성 세균이 많거나 그 균에 잘 감염되는 환경이 있다. 같은 감염질환이라도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나 노인은 더 취약하다. 따라서 위생관리·면역력 유지에 신경쓰면서 백신 접종까지 하면 대부분의 감염질환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감염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세균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를 지키기 어렵다”며 “생활 속에서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손만 잘 씻어도 어느 정도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백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손에 묻어 있다가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마스크를 쓰고, 야외에 나갈 때는 조금 긴 옷을 입어 피부를 통한 감염을 막는 게 좋다. 사무실 책상·마우스·키보드나 운전대처럼 손을 자주 대는 물건을 알코올 성분이 묻은 솜이나 휴지로 수시로 닦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결핵·폐렴 등의 감염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성 세균이 몸속에 들어왔더라도 모두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이런 균을 죽이거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세균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감염질환 예방법이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 등 꾸준한 운동,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섭취,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줄이기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성인도 백신 접종 필요
특정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백신을 맞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영유아 백신 접종에 적극적이지만 성인 백신 접종의 필요성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정 질병에 잘 걸릴 수 있는 고위험군 성인은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이 맞아야 하는 대표적 백신은 폐렴을 유발하는 폐렴구균 백신이다.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는 폐렴구균 백신을 맞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WHO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김홍빈 교수는 “만성심장질환·신부전증·당뇨병·백혈병·종양 환자,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방사선 암 치료를 받는 사람은 폐렴에 잘 걸릴 뿐 아니라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다”며 “메르스 환자도 대부분 폐렴으로 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다시 창궐하는 결핵
가장 대표적인 중증호흡기질환으로는 결핵을 꼽을 수 있다. 기침이 주요 증상이지만 객혈(피를 토하는 것), 흉통, 발열,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한국에서 메르스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잠복바이러스 질환은 결핵”이라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뿐만 아니라 다제내성결핵(치료약에 내성이 생기는 결핵) 환자 비율이 1등”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어 “결핵은 공기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전염병”이라며 “국내에서 2013년 기준 3만6089명의 환자가 진단됐고, 1년간 2466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 증상도 유발하지 않고 잠복상태에 있는 결핵균을 없애기 위해 9개월 이상 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잠복결핵에 감염된 사람이 전 국민의 30%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김양리 의정부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다제내성균(여러 가지 항생제를 써서 내성이 생긴 세균)에 의한 결핵이 늘어나 약이 잘 안 듣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메르스의 대표적 합병증 ‘폐렴’
폐렴은 항생제가 비교적 잘 듣는 편이다. 하지만 폐렴은 고령, 중증 만성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잘 생기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이들은 병을 이겨낼 힘이 없어 폐렴으로 사망하기 쉽다. 실제로 국내 입원환자 사망률 1위가 폐렴이다.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리에 종기가 나면 곪은 곳을 도려내 치료할 수 있지만 폐는 잘라낼 수 없어 치료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폐렴으로 폐기능이 떨어지면 호흡이 잘 안 돼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인공호흡기 등의 장치를 하다 보면 또 다른 감염 위험이 생긴다.
최근 몇 년 새 환자가 늘고 있는 장염도 무시해선 안 된다. 유발인자가 노로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해 약을 만들기 어렵다. 다행히 이들 질환은 치명적이지는 않다. 대개 1~2주면 저절로 면역계에 의해 바이러스가 퇴치되고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치료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 바이러스가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음식과 함께 몸 안으로 들어오면 위(胃)와 장(腸)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0~2014년) 식중독의 절반(49%)가량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생겼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48시간 동안 잠복기를 거친 뒤 설사·구토·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똑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탈이 나고 어떤 사람은 탈이 안 나는 이유가 면역력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과민성장증후군·대장염이 있어 평소 배탈이 잘 나는 사람이나 간 질환자는 장 점막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개인위생 지켜야 감염질환 예방
감염질환을 막으려면 위생 관리와 면역력 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특정 병원성 세균이 많거나 그 균에 잘 감염되는 환경이 있다. 같은 감염질환이라도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나 노인은 더 취약하다. 따라서 위생관리·면역력 유지에 신경쓰면서 백신 접종까지 하면 대부분의 감염질환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감염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세균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를 지키기 어렵다”며 “생활 속에서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손만 잘 씻어도 어느 정도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백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손에 묻어 있다가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마스크를 쓰고, 야외에 나갈 때는 조금 긴 옷을 입어 피부를 통한 감염을 막는 게 좋다. 사무실 책상·마우스·키보드나 운전대처럼 손을 자주 대는 물건을 알코올 성분이 묻은 솜이나 휴지로 수시로 닦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결핵·폐렴 등의 감염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성 세균이 몸속에 들어왔더라도 모두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이런 균을 죽이거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세균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감염질환 예방법이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 등 꾸준한 운동,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섭취,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줄이기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성인도 백신 접종 필요
특정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백신을 맞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영유아 백신 접종에 적극적이지만 성인 백신 접종의 필요성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정 질병에 잘 걸릴 수 있는 고위험군 성인은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이 맞아야 하는 대표적 백신은 폐렴을 유발하는 폐렴구균 백신이다.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는 폐렴구균 백신을 맞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WHO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김홍빈 교수는 “만성심장질환·신부전증·당뇨병·백혈병·종양 환자,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방사선 암 치료를 받는 사람은 폐렴에 잘 걸릴 뿐 아니라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다”며 “메르스 환자도 대부분 폐렴으로 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