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달 29일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행정부가 만든 시행령의 수정을 국회가 강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였다. 폭주하는 ‘입법 권력’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단 것이다. 반면 행정부와 사법부는 국회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정치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고, 검찰의 칼날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막히면 힘을 쓰지 못한다. 견제 기능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입법부는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다양한 견제 장치를 갖고 있다. 행정부를 상대로는 탄핵권 국무위원해임건의권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등의 카드를 쓸 수 있다. 사법부에 대해선 대법원장 임명동의권, (사법부 예산) 예산안심의 의결권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의 파괴력도 크다. 김대중 정부(2000년)에서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검증하고, 임명 동의를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길들이기’ 수단으로 변질됐다. 한 전직 장관은 “장관은 인사청문회만 열리고, 임명 동의 표결은 이뤄지지 않지만 인사청문회의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가족사 등을 까발리거나 윽박지르는 망신주기식의 청문회가 두려워 장관직을 거절하는 인사가 많다”고 했다.

경제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인사청문회를 보다 보면 관료들이 국회의원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사청문회로 인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가 (상하 관계로) 재정립됐고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사법부도 국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 수단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한다는 건 현 국회나 여당과 관계를 끝낸다는 의미”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법은 시행되기 때문에 거부권이 실패할 경우 대통령으로서도 큰 정치적 부담이 된다”고 했다.

검찰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장벽에 막혀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화두였던 지난해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을 의원들이 부결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에 대한 최고의 견제 수단은 선거”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