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 대화로 '건강' 챙겨요
요즘 주말에 식당에 가면 가정의 달을 맞아 삼대(三代)가 모여 식사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최근 ‘신중년’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칠순을 훌쩍 넘어서도 활동적으로 노후를 즐기는 어르신이 많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손자녀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이곳 저곳 씩씩하게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다양하다. 언뜻 보면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갈수록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이런 걱정을 덜고 싶다면 향후 거동 불편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 미리 간병계획을 세워두는 게 좋다. 사실 ‘간병’은 가족들이 불편해하는 대화 주제 중 하나다. 특히, 자식 입장에서는 내 부모님이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대화를 계속 미루면 막상 간병이 필요할 때 당황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지난번 눈이 침침하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좀 어떠세요?’와 같은 가벼운 질문과 함께 대화를 시작해보자. 일단 간병에 대한 부모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같은 자식이라도 부모님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누구인지, 또 나중에 거동이 힘들어지면 어떤 보살핌을 어디서, 어떻게 받길 원하시는지 등 대화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자식들끼리 먼저 상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식 중 한 명이 혼자 부담을 떠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할 것인지, 이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마음의 준비는 서로 돼 있는지 먼저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대화를 나누길 원치 않아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화 중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일단 다가가 보자. 한 번의 대화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걷는 데 다리는 불편하지 않으신지, 주변 친구분들은 다 건강하신지 일상생활에 대한 내용들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이런 시도를 자주 하면 분명 효과가 있다.

5월이 다 지나기 전에 용기를 내 부모님의 ‘건강 안부’를 물어보는 건 어떨까.

신혜형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